중국이 상장 부동산 업체들에 4년 만에 증자를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는 길을 열어줬다. 또 상하이와 충칭에서 대형 및 고급주택에 부과하는 부동산 보유세를 당분간 다른 도시로 확대하지 않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중국 정부가 부동산 정책을 ‘수요 억제’에서 ‘공급 확대’로 바꾸는 신호탄으로 해석하고 있다.

20일 신화통신에 따르면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는 부동산 상장업체 톈바오지젠과 중인의 증자를 허용했다. 중인은 17억위안(약 3000억원), 톈바오는 15억위안을 조달해 주택 및 상가건물 신축에 투입하기로 하고 지난해 증자를 신청했다.

中 부동산 개발업체 4년 만에 증자 허용
중국 정부는 부동산시장 과열을 억제하기 위해 2010년 4월 이후 상장 부동산개발업체의 주식 발행을 금지해왔다. 이로 인해 부동산 개발업체들은 은행 대출, 채권 발행, 그림자금융 등을 통해 자금을 조달해왔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부동산업체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수익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조치는 또 최근 저장성의 부동산업체 싱룬지예의 부도 등으로 확산된 부동산시장의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 회사는 부채 35억위안을 갚지 못해 지난 18일 채무 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은 가격이 여전히 오르고 있지만 판매가 줄어 부동산 업체 수익성은 악화돼왔다. 지난해 중국 부동산 500대 기업의 순부채율은 79.03%로 5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홍콩 매체 봉황망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지금까지 선전과 상하이증권거래소에 증자를 신청한 부동산기업은 40여개에 이르고, 모집금액도 900억위안이 넘는다고 이날 보도했다. 중신건설의 한 전문가는 “정부가 모든 부동산 기업 증자를 허용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주로 자금난을 겪고 있는 중소 부동산회사가 혜택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류쿤 재정부 부부장은 “부동산 보유세를 다른 지역으로 확대할 계획이 없다”고 말했다. 중국은 2011년 초부터 부동산 가격 억제책의 하나로 상하이와 충칭의 고급주택을 대상으로 세율 1~2%의 보유세를 부과해왔다. 매년 적용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지만 올해는 이례적으로 보유세 확대 방침을 철회하는 기류가 흐르고 있다. 쉬산다 국가세무총국 부국장도 최근 한 토론회에서 “충칭과 상하이의 부동산세 정책은 실패했고 중앙부처에서 폐기됐다”고 말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중국 정부는 매년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총리의 업무보고를 통해 부동산 가격 인상을 억제하겠다는 방침을 밝혀왔다. 그러나 올해 리커창 총리는 8년 만에 처음으로 부동산 가격 억제책을 언급하지 않았다. 대신 “각 도시의 상황에 따라 개별적으로 조정해 중소형 주택과 공유주택 공급을 늘리겠다”고 말해 이전 정권과는 다른 부동산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시사했다.

베이징=김태완 특파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