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란민 열차 2014년 서울 입성…일방통행 연출에 객석 '시큰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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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 '환도열차'
1953년 7월27일 정전협정 체결 직후 피란민을 싣고 서울로 향하는 환도열차가 부산을 출발한다.갑작스레 들이닥친 길고 어두운 터널을 지나 도착한 곳은 서울이 맞긴 한데 때는 2014년 2월14일이다.어찌된 일인지 전쟁통에 헤어진 남편을 찾아 열차를 탄 20대 초반 여성 이지순을 제외하곤 모두 죽은 채 발견된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환도열차’는 극의 소재로 이젠 낯설지 않지만 정통 연극에선 보기 드문 ‘시간 이동’을 소재로 다룬다. 예술의전당이 올해부터 ‘SAC 큐브’란 새로운 브랜드를 달고 제작하는 첫 작품이자 지난해 ‘여기가 집이다’로 주요 연극상을 휩쓴 장우재 연출의 신작이다.
60여년을 훌쩍 건너 뛴 이지순의 눈에 지금의 서울은 어떻게 비칠까. ‘시간 이동’을 다룬 환타지 극들이 그렇듯이 이 연극도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메우고 세상이 달라진 충격을 어떻게든 감당하는 과정을 그리며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이런 예상과 기대는 극이 시작된지 오래 지나지 않아 빗나간다.이지순이 구사하는, 옛날 영화 ‘자유부인’에서나 들었을 1950년대 서울 사투리의 정감이 주는 감흥이 무디어질 때쯤이다. 연극은 ‘환도열차 사건’을 조사하러 미국항공우주국에서 파견나온 제이슨 양과 이지순의 남편으로 재벌이 된 한상해란 인물 위주로 흐르면서 어두워지고 갑갑해진다. 전도유망한 과학기술인이었다가 동료와 조국의 ‘배신’으로 한국을 떠난 제이슨 양의 ‘한국관’에 극이 갇히고 지배당하면서부터다.그가 바라보는 한국과 서울은 뭔가 더러운 음모와 조작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세워진 역겹고 추악한 곳이다. 이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쥐새끼’처럼 살아가야한다.
그는 이런 관점과 생각을 이지순과 관객에게 직설 화법으로 되풀이해 들려준다. 이지순이 오늘의 서울을 보는 시선을 틀지운다. 때마침 이런 관점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한 한상해의 추악한 개인사가 펼쳐진다.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은유법으로 보여주려하지만 구태의연하다고 할까. 뭔가 억지로 짜맞춘듯한 작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이지순의 선택은 뻔하다. 결국 현재를 견디지 못하고 마음속 정인을 구하려 떠나온 시점의 부산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극은 지금의 서울이 60여년전 환도열차를 탄 사람들이 그리던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쓴다.하지만 너무나 극단적이고 일방통행인 극의 정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극의 정서를 대변하는 제이슨 양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며 뭔가를 가르치려 들려는 태도와 방식에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해질 수 있다.그나마 자유소극장의 깊고 높은 무대를 적절히 활용한 인상적인 시공간 연출이 숨을 쉬게 만든다.공연은 내달 6일까지, 2만~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연극 ‘환도열차’는 극의 소재로 이젠 낯설지 않지만 정통 연극에선 보기 드문 ‘시간 이동’을 소재로 다룬다. 예술의전당이 올해부터 ‘SAC 큐브’란 새로운 브랜드를 달고 제작하는 첫 작품이자 지난해 ‘여기가 집이다’로 주요 연극상을 휩쓴 장우재 연출의 신작이다.
60여년을 훌쩍 건너 뛴 이지순의 눈에 지금의 서울은 어떻게 비칠까. ‘시간 이동’을 다룬 환타지 극들이 그렇듯이 이 연극도 주인공이 과거와 현재의 간극을 메우고 세상이 달라진 충격을 어떻게든 감당하는 과정을 그리며 흥미진진하고 감동적인 이야기를 만들어낼 것으로 지레짐작했다.
이런 예상과 기대는 극이 시작된지 오래 지나지 않아 빗나간다.이지순이 구사하는, 옛날 영화 ‘자유부인’에서나 들었을 1950년대 서울 사투리의 정감이 주는 감흥이 무디어질 때쯤이다. 연극은 ‘환도열차 사건’을 조사하러 미국항공우주국에서 파견나온 제이슨 양과 이지순의 남편으로 재벌이 된 한상해란 인물 위주로 흐르면서 어두워지고 갑갑해진다. 전도유망한 과학기술인이었다가 동료와 조국의 ‘배신’으로 한국을 떠난 제이슨 양의 ‘한국관’에 극이 갇히고 지배당하면서부터다.그가 바라보는 한국과 서울은 뭔가 더러운 음모와 조작이 끊임없이 반복되며 세워진 역겹고 추악한 곳이다. 이 곳에서 살아남으려면 ‘쥐새끼’처럼 살아가야한다.
그는 이런 관점과 생각을 이지순과 관객에게 직설 화법으로 되풀이해 들려준다. 이지순이 오늘의 서울을 보는 시선을 틀지운다. 때마침 이런 관점을 입증이라도 하는 듯한 한상해의 추악한 개인사가 펼쳐진다.한국 현대사의 한 단면을 은유법으로 보여주려하지만 구태의연하다고 할까. 뭔가 억지로 짜맞춘듯한 작위적인 느낌이 물씬 풍긴다.이지순의 선택은 뻔하다. 결국 현재를 견디지 못하고 마음속 정인을 구하려 떠나온 시점의 부산으로 돌아가려고 한다.
극은 지금의 서울이 60여년전 환도열차를 탄 사람들이 그리던 곳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고 애쓴다.하지만 너무나 극단적이고 일방통행인 극의 정서를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다. 극의 정서를 대변하는 제이슨 양이 처음부터 끝까지 비아냥거리고 조롱하며 뭔가를 가르치려 들려는 태도와 방식에 상당히 불편하고 불쾌해질 수 있다.그나마 자유소극장의 깊고 높은 무대를 적절히 활용한 인상적인 시공간 연출이 숨을 쉬게 만든다.공연은 내달 6일까지, 2만~4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