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검사장비기업 고영테크놀로지는 3차원(3D) 납도포검사기(SPI) 세계시장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강소기업이다. 2D로 하던 검사를 3D로 바꿔 세계시장 판도를 바꾼 ‘게임 체인저’다.

하지만 이 회사의 매출은 지난해 급격히 둔화했다. 2009년 269억원이었던 매출이 3년 뒤인 2012년 1078억원으로 늘어난 뒤 지난해 3.8% 증가(1119억원)에 머물렀다. 매출 1000억원을 넘어서는 단계에서 종종 나타나는 ‘성장통’이었다.

○소통 부재로 200억원 놓쳤다

지난해 고영의 매출이 거의 늘어나지 않은 것은 구매 주문이 줄어든 때문이 아니었다. 2010년부터 3D 부품 장착 및 납땜검사기(AOI) 시장에 뛰어든 덕분에 고영이 만든 제품을 사려는 주문은 계속 늘었다. 문제는 내부에 있었다. 늘어난 부서와 임직원들 사이에 의사소통이 제대로 안 되기 시작했다.

고광일 고영 사장(사진)은 “영업부서에서 요구한 제품의 스펙(기능)을 연구개발(R&D)부서에서 놓쳐 처음부터 다시 개발해야 하는 일이 발생했다”고 말했다. 눈빛만 봐도 상대방의 생각을 알 정도로 친밀하게 지내던 100명도 안되는 임직원들이 본사만 240명, 해외법인까지 합하면 300여명으로 늘어나자 혼선이 생기기 시작했다. 영업부서와 개발부서가 제대로 소통만 했더라도 거둬들일 수 있었던 판매액이 200억원을 넘는다는 게 회사 측 분석이다.

○“다양한 소통·교육으로 극복”

고 사장은 단기간에 급팽창한 조직의 의사소통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회사가 좌초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비교 사례를 발굴한 뒤 영상자료를 시청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식으로 각 부·팀의 회의 방식을 바꾸고 △연구소에서 생산프로세스 효율화와 관련된 교육자료를 제공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인성검사를 실시한 뒤 서로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일회성이 아닌 교육활동을 유도하고 △대학교수들이 맞춤형으로 부문별 강의를 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도입했다.

고 사장은 “지난해 말에는 직원들 사이에서 소통을 잘하기 위한 방안의 하나로 ‘공부를 하자’는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며 “회사에서도 적극적으로 지원했다”고 말했다. 그는 “올해 초부터 외부 강사를 초빙해 강연회를 여는 등 직원 한 명당 100만원 이상의 교육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올해 1분기 최대 매출 기대”

고 사장은 “올해 1분기 매출이 300억원 수준으로 사상 최대치가 예상된다”며 “생산 속도를 일부러 조정할 만큼 주문은 넘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올해 연간으로는 30% 이상 매출이 늘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해 회사 매출의 20% 수준이었던 ‘3D 부품 장착 및 납땜검사기’ 판매가 올해는 전체의 절반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회사 측은 예상하고 있다. 높은 기술 수준의 3D 제품을 내놓은 곳은 고영밖에 없어 고객사의 주문이 크게 늘고 있다는 것이다.

고 사장은 “납도포검사기는 단가가 최대 1억5000만원 정도이지만 부품 장착 및 납땜검사기는 4억원에 달할 정도로 부가가치가 높다”며 “작년 17%였던 영업이익률도 올해는 20%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안재광 기자 ahnj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