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줄 새는 '보조금' 예산 깎는다…중복된 국고보조사업 통폐합
국고보조금이 줄줄 새는 것을 막기 위해 정부가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섰다. 불법 컨설팅업체까지 개입하는 등 부정 수급이 있었던 국고보조사업에 대해선 방지 대책이 없을 경우 예산을 대폭 삭감한다. 또 중복된 국고보조사업을 통폐합하는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서기로 했다.

▶본지 3월15일자 A1면 참조

기획재정부는 20일 안전행정부 환경부 중소기업청 등 국고보조사업이 많은 정부 부처와 함께 정부세종청사에서 대책회의를 열고 이같이 의견을 모았다.

국고보조사업 규모는 2010년부터 연평균 5.3% 늘어나 올해는 52조5000억원으로 불어났다.

이는 올해 예정된 정부 총지출의 14.8%에 달한다. 하지만 ‘눈먼’ 보조금을 타낸 부정 수급도 급증했다. 지난해 하반기 누수된 보조금만 1700억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보조금을 노리는 불법 컨설팅업체가 활개치면서 편취 수법도 진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국고보조사업 감독과 집행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우선 집행 과정에서 보조금 유용이나 부정 사용이 있었던 경우 담당 부처에서 누수 방지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원칙적으로 의무 지출을 제외한 예산을 삭감하기로 했다.

정부는 비리에 연루된 사업은 예산 삭감과 함께 사업 방식 변경이나 폐지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보조사업운영평가단’의 진단도 받도록 했다. 아울러 보조사업자를 선정할 때 자격 요건을 점검하고, 장기 미반납 보조금 환수계획을 수립해 보조금 누수를 방지하기로 했다.

정부는 국고보조사업 2031개를 대상으로 고강도 구조조정도 병행해 중복사업을 솎아낼 방침이다. 앞서 발표한 경제혁신 3개년 계획에서는 보조사업을 포함한 정부의 주요 사업 6239개 중 600개 이상을 줄이기로 했다. 감사원은 5개월 전 국가보조사업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중복되는 사업을 정리하면 앞으로 5년간 3조원 이상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국가보조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해 대국민 정보공개도 시행된다. 그동안 국고보조사업 현황을 일괄 확인할 시스템이 없어 자치단체의 비슷한 사업에 국고보조금을 중복 지원한 사례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올해 해당 부처 홈페이지에 민간 보조사업의 배정·집행·성과 과정을 전면 공개하고, 내년 상반기에는 국민이 재정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통합정보 공개시스템을 구축하기로 했다.

조진형 기자 u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