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존재감을 전세계에 알린 '모델S' 세단. 옵션을 넣으면 8만 달러가 넘는 가격이지만 지난해 2만대 이상 팔렸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판매 목표를 연간 3만5000대로 늘려 잡았다. (사진 출처/미국 자동차 전문사이트 넷카쇼)
미국 전기차 제조업체 테슬라의 존재감을 전세계에 알린 '모델S' 세단. 옵션을 넣으면 8만 달러가 넘는 가격이지만 지난해 2만대 이상 팔렸다. 테슬라는 올해부터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서면서 판매 목표를 연간 3만5000대로 늘려 잡았다. (사진 출처/미국 자동차 전문사이트 넷카쇼)
[ 김정훈 기자 / 최유리 기자 ] 전기자동차 제조업체 테슬라(Tesla) 모터스의 성공은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의 판도를 바꿔났다. 테슬라의 '모델S'는 1억원에 달하는 가격에도 지난해 미국에서 BMW 7시리즈, 벤츠 S클래스보다 더 많이 팔렸다. 국내에선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구매했을 만큼 기업가들도 관심을 보였다.

비주류에 속했던 전기차 산업은 '혁신 기업' 테슬라의 등장으로 서서히 보폭을 넓히고 있다. 비싼 돈을 지불하고 누가 전기차를 사냐고 비아냥거렸던 비관론자들의 시각을 바꿀 정도로 테슬라의 영향력은 컸다.

한국의 자동차 제조사들도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제주도에서 열린 '제1회 국제전기차엑스포'를 계기로 한국에서도 전기차를 바라보는 시선이 바뀔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 SM3 전기차 타는 제주도민 '휴대폰처럼 충전'

"3개월 전 전기차 'SM3 Z.E.'를 2000만원에 구입했습니다. 투싼 디젤을 탈 때는 한 달 유지비가 30만원 가량 나왔는데 SM3 Z.E.는 3만원이면 충분해요. 하루 평균 70㎞ 가량 주행하는 데 휴대폰처럼 2시간 정도 충전하면 되서 편리합니다. 엔진오일 갈 필요도 없고요."

지난 21일 <한경닷컴>과의 통화에서 제주도민 양은정 씨(55)는 전기차에 대해 이같이 평가했다. "제주도에선 전기차를 이용하는데 불편함이 없어 앞으로도 계속 전기차를 탈 계획"이라고 그는 말했다.

제주도가 전기차의 대중화를 꽃 피울 '희망의 땅'으로 조명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전기차 주행에 알맞은 지형 조건이 장점으로 꼽힌다. 섬을 한 바퀴 도는 거리가 180㎞에 불과해 완충 시 주행 거리가 100∼150㎞ 가량인 전기차를 운행하기에 적합하다.

충전 인프라도 지역 면적 대비 탄탄한 편이다. 현재 민간 포함 497기(급속 48기, 완속 449기)의 전기차 충전기를 운영 중이며 그 수를 꾸준히 늘릴 계획이다.

이승훈 녹색성장위원회 위원장은 "단순히 가솔린 차를 전기차로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수송 시스템을 바꾸는 작업이 필요하다"며 "제주에서 전기차 플랫폼을 테스트하고 신뢰를 얻으면 인프라 구축이나 가격 하락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기차시대 스위치ON 上]한 달 유지비 3만원…소리없는 질주, 전기車가 몰려온다
◆ 완성차 업체들 전기차 보급 계획은?

국내 완성차 업체 중 전기차 보급에 뛰어든 회사는 르노삼성, 기아차, 한국GM 등 3곳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르노삼성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부산공장에서 만든 SM3 Z.E.를 453대(민간 107대) 보급했으며 올해는 3000대를 목표로 잡았다. 르노삼성 관계자는 "90%는 정부와 공공기관, 택시, 법인, 카셰어링 업체 등에 공급하고 나머지 300대를 일반인에게 판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아차는 올해 '레이EV' 300대, '쏘울EV' 500대 등 총 800대로 전기차 판매 목표를 설정했다. 최신형 모델인 쏘울EV의 경우 하반기부터 미국과 유럽 등 해외 시장에서 판매해 내년부터 연간 5000대의 물량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서 58대의 '스파크EV'를 공급한 한국GM은 올해 내수 판매 목표를 공개하지 않았다. 쉐보레의 특성 상 국내보다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더 인기를 끌고 있어서다. 지난해 창원공장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보낸 물량은 1200여대. 올해도 한국GM이 내수보다는 수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이는 이유다.

BMW를 시작으로 수입차 업체들도 전기차 보급에 나설 예정이다.

BMW코리아는 전기차 'i3' 250대를 독일 본사로부터 배정받았으며, 하반기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PHEV) 'i8'도 내놓기로 했다. 한국닛산은 전 세계에서 10만대 이상 팔린 '리프' 전기차를 충전 인프라가 탄탄한 제주 지역에서만 판매한다. 폭스바겐코리아도 내년에 충전식 하이브리드(PHEV) '골프 GTE'와 전기차 'e-골프'를 들여올 예정이다.

◆ 전기차 국내 1871대 보급…대중화는 언제?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2015년 264만4000대로 늘어나고 오는 2020년에는 788만2000대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자료 출처/일본 후지경제연구소)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기자동차를 포함한 글로벌 친환경차 시장 규모는 2015년 264만4000대로 늘어나고 오는 2020년에는 788만2000대로 수요가 급증할 전망이다. (자료 출처/일본 후지경제연구소)
국제전기차엑스포 조직위원회에 따르면 작년까지 국내에 보급된 전기차는 총 1871대(작년 780대)다. 지난해 전 세계 판매대수 9만5000여대(충전식 하이브리드 포함)와 비교하면 미미한 숫자다.

그러나 강화된 환경 기준과 보급형 전기차의 등장을 감안하면 전기차 시장은 빠르게 커질 수 밖에 없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일본 후지경제연구소의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2015년 28만대 규모에서 2020년 137만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 프리우스 같은 하이브리드 차량을 포함한 친환경차 비중은 2015년 264만대, 2020년 788만대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표 참조>

전문가들은 테슬라가 3만달러의 보급형 모델을 내놓는 2016년 이후부터 전기차 판매 비중이 급속히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상현 NH농협증권 연구원은 "테슬라가 보급형 '모델E'를 판매하게 되는 2016년~2017년 사이 전기차의 대중화가 시작될 것으로 점쳐진다"며 "국내에서 일반 소비자가 전기차를 부담없이 탈 수 있는 시점도 비슷할 것"으로 내다봤다.

한경닷컴 김정훈/최유리 기자 lennon@hankyung.com
2010년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로 나온 현대차 '블루온'. 그동안 정부기관에 시범 보급됐으며 서울특별시의회 내 충전소에서 충전중인 차량 모습.
2010년 국내 최초 양산형 전기차로 나온 현대차 '블루온'. 그동안 정부기관에 시범 보급됐으며 서울특별시의회 내 충전소에서 충전중인 차량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