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새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인 사외이사 중에는 국세청 출신이 유난히 많다. 관료 출신 3명 중 1명꼴이다. 갈수록 거세지는 세무조사에 대비한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국경제신문이 21일 상장사 1000곳(유가증권시장 500곳, 코스닥시장 500곳)에서 올해 신규 선임됐거나 선임될 예정인 사외이사 775명의 경력을 분석한 결과 관료 출신이 112명으로 14.4%를 차지했다. 이 중 국세청 출신은 36명으로 관료 출신 가운데 가장 많은 32.1%에 달했다. 채이배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 연구원은 “세수 확보 바람에 따라 국세청의 전방위 세무조사 등 압력이 강해진 탓”이라고 분석했다. 국세청 출신 사외이사는 지방 국세청장 출신이 대부분이었다. 박찬욱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대신증권), 김정민 전 광주지방국세청장(현대홈쇼핑), 오대식 전 서울지방국세청장(메리츠금융지주), 이승재 전 중부지방국세청장(현대건설), 박동열 전 대전지방국세청장(롯데쇼핑) 등이다.

직업으로만 보면 교수가 197명(25.4%)으로 가장 많았다. 한 금융지주 이사회 사무국장은 “낙하산 논란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고 사회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는 교수를 사외이사로 선호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업인 출신이 195명(25.1%)으로 뒤를 이었다.

장관 출신으로는 최중경 전 지식경제부 장관(효성), 이용만 전 재무부 장관(금호석유화학), 안병엽 전 정보통신부장관(시공테크), 김종구 전 법무부 장관(KT), 박봉흠 전 기획예산처 장관(삼성생명), 윤대희 전 국무조정실장(LG) 등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검찰 출신 등 법조인은 98명(12.6%)으로 관료 출신 뒤를 이었다. 김각영 전 검찰총장(일동제약), 정동기 전 대검찰청 차장검사(롯데케미칼), 선우영 전 서울동부지검 검사장(포스코) 등이 있다.

금융인(78명·10%), 회계사·세무사(48명·6.6%)가 뒤를 이었다. 연예인 출신도 있었다. 한빛소프트는 주영훈 전 동아방송예술대 전임교수(가수)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사외이사들은 보통 연간 10여 차례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수천만원의 연봉을 챙겨간다. 지난해 10대 그룹 가운데서는 삼성그룹 계열사 사외이사들의 보수가 가장 많았다. 상장 17개 계열사의 사외이사 60명이 평균 7500만원씩 받아갔다. 아예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보수를 지급하는 곳도 있다. 소프트포럼은 지난해 이사회에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이희조 사외이사에게 스톡옵션으로 5000주를 지급했다.

조진형/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