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에쿠우스’에서 앨런 역을 맡은 전박찬 씨. 김병언 기자 misaeon@hankyung.com](https://img.hankyung.com/photo/201403/AA.8498389.1.jpg)
그렇다고 명성만 확인하는 공연은 아니다. ‘남자 배우들의 로망’이라는 앨런 역을 맡은 전박찬(32)은 ‘새로운 발견’이다. 앨런을 번갈아 연기하는 지현준(36)은 ‘역시 지현준’이란 반응이 나오는 스타급 배우지만, 전박찬은 다르다. 공연을 본 많은 관객이 ‘원작에서 튀어나온 앨런처럼 연기하는 저 배우는 누굴까’ 궁금해한다.
“누군가 봐줬으면 하고 연극을 한 적은 없지만 배우로 발견된다는 것은 영광스러운 일이죠. 그동안 ‘벤치 위의 남자’ ‘남자 1’ 등 이름 없는 역할을 많이 맡았어요. 앨런처럼 비중 있는 역은 처음입니다.”
그는 연극배우 6년차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을 졸업하고, 김동현 연출가가 이끄는 극단 ‘코끼리만보’에 2008년 들어갔다. 주로 공동 창작 작업을 하는 이 극단에서 줄곧 활동해 왔다.
“스무 살에 ‘에쿠우스’를 보고 너무나 앨런 역을 하고 싶었어요, 그래서 20대만 지원할 수 있는 나이 제한에도 공연 오디션에 무작정 지원했죠.”
그는 ‘200 대 1’의 경쟁률을 뚫었다. 뽑힌 이유는 공연을 보면 안다. 정말 ‘열일곱 살 앨런’ 같다. 그는 공연을 준비하며 스무 살에 읽었던 ‘에쿠우스’를 우연히 발견했다. 책에는 ‘얘는 정말 미쳤을까?’ ‘왜 말의 눈을 찔렀지?’ 등 그가 쓴 메모가 남아 있었다.
“당시 감성이 살아있으면 앨런의 순수함을 잘 표현할 수 있을 텐데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아요. 앨런의 말랑말랑한 감성을 찾기 위해 10대 아이들 노는 것도 구경하고, 최근 대림미술관에서 열린 ‘라이언 맥긴리 사진전’에 몇 차례 찾아가 10대들의 누드사진을 한참 보곤 했어요. 도움이 됐죠.”
앨런은 2막 도입과 마지막 장면에 아무것도 걸치지 않고 나온다. 이전 ‘에쿠우스’보다 과감한 노출이다. ‘전라 노출’ 연기가 부담스럽지는 않을까.
“앨런이 말들의 눈을 찌르며 광기가 폭발하는 장면에선 벗고 있다는 것도 잊을 만큼 자유로움을 느껴요. 이 순간만큼은 작품이 보여주려는 ‘원시의 세계’에 들어선 듯한 느낌입니다. 관객들도 외설적으로 보지 않고 원시성의 표출로 봐주시는 것 같아 다행이에요. 저는 편한데 관객이 부담을 느낄까 봐 걱정이거든요.”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