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경북도 나진에서 경북 포항까지 석탄을 실어 나르는 한국과 북한 간 시범 해상운항이 연내 이뤄질 전망이다. ‘한국~북한 나진~러시아 하산~유럽’을 잇는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내용의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에도 가속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해양수산부 고위 관계자는 23일 “유라시아 이니셔티브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 중 하나인 나진과 포항 간 시범 해상운송을 연내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고 밝혔다. 시범 운항은 시베리아에서 캔 석탄을 실은 기차가 러시아 하산역을 거쳐 나진항에 도착하면 나진항 3호 부두에서 한국 선박에 옮긴 뒤 포항의 포스코로 나르는 방식이다.

이 관계자는 “지난달 진행된 나진항 1차 현장 실사에서 연간 400만t의 석탄을 실어 나를 수 있는 규모의 항만 인프라 시설이 갖춰져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물류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배를 대기 위한 항만 수심이 실제 얼마인지 등을 알아보기 위해 올 상반기 중 한두 차례 더 현장 실사를 다녀올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범 해상운항 사업은 북한과 러시아 간 경제협력 사업인 ‘나진~하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고 있다. 시베리아횡단철도와 한국의 종단철도를 연계한다는 내용의 나진~하산 프로젝트는 2000년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합의에 따라 진행되고 있다. 러시아는 3억4000만달러를 투입해 나진과 러시아 하산 간 54㎞의 철로를 개보수하고, 2008년부터 49년간 나진항 3호 부두와 나진구 21ha의 개발·운영권을 확보했다.

한국 기업의 참여는 현 정부 들어 본격화하고 있다. 포스코 코레일 현대상선으로 이뤄진 민간 컨소시엄은 지난해 11월 이 회사에 지분을 투자해 나진항 이용권을 따낸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이 컨소시엄은 현장 실사를 올해 중으로 끝낸 뒤 러시아 측과 본격적인 투자 협상에 나설 예정이다.

나진항은 중국과 러시아 내륙과 맞닿아 있는 동해의 최북단에 자리해 물류의 요충지로 꼽혀왔다. 러시아는 2010년부터 나진항 제3부두에 7만t급 선박의 접안이 가능하도록 부두 공사를 진행하고 있고, 중국도 4~6호 부두와 컨테이너 하차장 신규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를 북한 측과 논의하고 있다.

다만 북한 나진항과 한국을 잇는 해상 운송 네트워크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우선 한국 기업들이 운송하려고 하는 석탄 광산을 아직 확보하지 못한 상황이다.

세종=김우섭 기자 dut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