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서울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서 한 주민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아파트 거래가 줄어든 서울 잠실동의 한 공인중개업소 앞에서 한 주민이 시세를 확인하고 있다.
세입자 세액공제 확대와 임대소득 과세 강화를 골자로 한 정부의 전·월세 대책이 지난달 26일 발표된 뒤 부동산시장은 부문별로 명암이 엇갈렸다. 실수요자 중심의 아파트 분양 현장엔 여전히 수요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는 반면 투자 성격이 짙은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와 오피스텔 등의 시장은 숨고르기에 들어갔다. 1~2월 탄력을 받던 집값 상승세도 둔화됐다. 전·월세 대책 법안이 처리될 6월 국회를 지켜보자는 분위기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최근 거래가 줄어든 원인은 ‘2·26 전·월세 대책’으로 인한 투자심리 위축이 70%, 작년 말부터 급격히 오른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이 30%”라고 분석했다.

◆투자성 부동산 거래 ‘일시정지’

상승세 꺾인 재건축·오피스텔…분양 아파트는 '순위內 마감'
월세소득을 겨냥한 오피스텔 및 도시형생활주택에는 찬바람이 불고 있다. 서울 당산동의 A오피스텔은 지난달 입주가 시작됐지만 아직 30%가량의 잔여 분양물량이 남아있다. 오피스텔 공급이 많은 광교신도시도 마찬가지다. 광교신도시 푸른공인 관계자는 “전·월세 대책 이후 신규 투자문의는 크게 줄어들었다”며 “이곳 오피스텔 전용면적 30㎡의 분양가는 1억7000만원 안팎이었지만 지금은 1억4000만원 밑으로도 거래가 없다”고 말했다.

재건축 아파트 매매시장도 조정 국면에 들어갔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주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값은 0.09% 내려 10주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서울 반포·압구정·대치동 일대에선 재건축 이슈가 계속 나오고 있지만 문의 자체가 많지 않다는 게 현지 중개업소의 설명이다. 잠실주공5단지의 공급면적 112㎡는 지난 1월 14건, 2월 18건의 거래가 이뤄졌지만 이달 들어선 지난 21일 현재 4건에 그치고 있다.
광주·전남혁신도시 ‘중흥S-클래스’ 모델하우스에 지난 주말 2만여명이 몰렸다.
광주·전남혁신도시 ‘중흥S-클래스’ 모델하우스에 지난 주말 2만여명이 몰렸다.
신규 아파트 분양은 ‘활기’

이달 중순 부산 용호동에서 1458가구가 분양된 주상복합아파트 ‘더블유(W)’는 그동안 선호도가 낮았던 중대형 평형임에도 불구하고 1순위 평균 청약경쟁률이 3.59 대 1에 달했다. 1, 2순위에서 미달된 일부 평형도 3순위에서 모두 마감됐다. 2~3년간 분양이 많아 1순위 청약통장이 고갈된 것으로 알려진 경기 화성 동탄2신도시에서도 ‘반도유보라 아이비파크 3.0’이 평균 2.5 대 1의 청약경쟁률(1~3순위)로 모두 팔려나갔다. 대구에선 현대엠코가 분양한 ‘엠코타운 더 솔레뉴’는 평균 12.7 대 1의 청약경쟁률로 1순위에서 마감됐다.

이처럼 실수요자 중심의 신규 분양시장은 ‘2·26 전·월세 대책’의 영향을 거의 받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 주말에 동탄2신도시에서 문을 연 경남기업과 광주혁신도시의 중흥건설 모델하우스 등도 방문객들로 북적거렸다.

일반 아파트의 경우 매매가격 오름폭이 줄어들긴 했지만 상승세가 이어지고 있는 점에 주목하는 전문가도 적지 않다. 지난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부동산114 조사)은 0.02%로 전주(0.06%)에 비해 둔화됐지만 여전히 오름세다. 안명숙 우리은행 부동산팀장은 “6월 국회에서 임대차 선진화 방안이 어떻게 정리될지가 관건”이라고 밝혔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