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펀드 직접판매 가능
펀드 못만드는 자문사 반발
운용사 인가 받기 어렵고
인수하기엔 프리미엄 비싸

금융위원회가 지난 2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사모펀드 규제를 확 풀겠다’고 발표했지만 투자자문사들의 불만은 커지고 있다. 당초 예상과 달리 당국이 투자자 보호를 명분으로 내세우면서 자산운용사의 운용 규제만 낮추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어서다.
소비자 보호 논란이 적은 사모펀드에 한해선 자유로운 시장 진입을 허용해야 한다는 게 자문사들의 요구다. 사모펀드는 49명 이하 투자자의 자금만 모아 굴리는 집합투자 상품이다.
◆자문사 “사모펀드 문턱 낮춰야”
금융위가 추진 중인 사모펀드 정책 방향은 운용사의 규제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지금까지 운용사들이 사모펀드를 취급하려면 당국의 사전 인가를 받아야 했지만 앞으로는 등록만 하면 된다. 사모펀드 설립 역시 사후 보고로 대체되며, 운용사들이 사모펀드를 직접 판매할 수도 있다.
하지만 자문사에 대해선 종전처럼 사모펀드 운용을 허용하지 않기로 했다. 자본금과 보유 운용전문인력 규모가 운용사보다 작은 만큼 ‘투자자 보호’를 위해 자문사의 사모펀드 취급에 제한을 두겠다는 것이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운용사와 자문사는 모두 개인이나 법인 자금을 받아 주식 채권 등에 투자할 수 있지만, 자문사는 원칙적으로 펀드를 만들 수 없다.
자문사로선 고객 계좌별로 제각기 운용해야 하다 보니 비용 부담이 크다. 예컨대 운용사는 100명의 고객 재산을 위탁받아 1개 펀드로 굴리면 되지만, 자문사는 100명의 포트폴리오(자산배분)를 별도로 짜야 한다는 얘기다. 안창국 금융위 과장은 “법을 개정해 늦어도 내년부터는 사모펀드 규제를 많이 풀 것”이라면서도 “자문사의 시장 진입을 허용하는 건 완전히 다른 문제”라고 말했다. 사모펀드 규제를 너무 풀면 예상치 못했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자문사들은 반발하고 있다. D투자자문 대표는 “사모펀드는 부유층이나 기관들이 투자하는 전문 금융상품이어서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소비자 보호 논란이 거의 생기지 않는다”며 “미국 등에선 소규모 투자기업이 단돈 1달러로 펀드를 만들 수 있는데 한국에선 시장 경쟁이 봉쇄돼 있다”고 하소연했다.
V투자자문 대표는 “자문업을 접고 운용업을 하려면 막대한 자본금과 추가 인력이 필요하다”며 “진입 장벽이 워낙 높다 보니 아예 해외로 떠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영세 운용사도 거액 프리미엄
일부 자금이 풍부한 자문사는 사모펀드를 만들기 위해 운용사 전환을 추진하지만 이마저도 여의치 않다. 당국이 쉽사리 인가를 내주지 않아서다. 시장 과열을 막고 부적절한 사업자를 사전 차단해야 한다는 게 당국의 판단이다.
그러다 보니 10~20개 영세 운용사가 매물로 나와 있는데도 최소 수십억원의 ‘면허증 프리미엄’이 붙어 있다. K투자자문 대표는 “수년째 적자를 내는 운용사인데도 비상식적인 경영권 프리미엄이 형성됐다”고 말했다. 송홍선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금융 규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예측 가능성인데 그런 측면에서 많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