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신입생 등록금, 특성화 학과 vs 인문계열 최대 330만원差
직장인 김모씨(56·서울 문래동)는 지난 2월 딸을 서울의 한 대학 국제학부에 입학시켰다. 그런데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고는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400만원 정도의 등록금을 예상했는데, 두 배에 가까운 금액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다. 의대, 한의대, 약대, 예체능 계열이 다른 학부에 비해 비싸다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같은 인문계열 내에서 이렇게 차이가 날 줄은 전혀 생각하지 못한 것이다. 김씨는 “대학들이 홍보에만 열중하면서 등록금 정보를 예비 학부모들에게 거의 알리지 않은 것은 문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글로벌·국제학과 등록금이 비싸

주요 대학들은 이번 주가 등록금 추가 납부 기한이다. 대학 등록금이 같은 학교의 인문계열 내에서도 학과에 따라 330여만원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23일 대학들에 따르면 이번 학기 연세대에서는 언더우드국제대학의 신입생 등록금이 787만원으로 가장 많았다. 문과대학 신입생 등록금 451만원보다 무려 336만원이나 비쌌다.

성균관대 글로벌경영학과 신입생도 인문과학계열 신입생보다 200여만원이 더 비싼 646만원을 등록금으로 납부했다. 세종대에선 항공·국방시스템공학과 등록금이 인문계열보다 130여만원 비싼 것으로 조사됐다. 고려대와 경희대의 공과대와 경영대 간 신입생 등록금 차이도 각각 128만원, 114만원에 달한다.

같은 대학 안에서도 수백만원씩 등록금 차이가 나는 이유에 대해 대학들은 특성화 학과에 더 많은 지원과 혜택을 주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성균관대 관계자는 “글로벌경영학과에는 해외에서 복수학위를 딸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마련돼 있어 학생이 원하면 해외에서 2년간 공부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입학하면 1년간 200만원 정도의 기숙시설 지원금이 나오기 때문에 등록금이 비싸다고만 볼 수는 없다”고 말했다.

◆등록금 안내 소극적인 대학들

대학들은 관련법에 따라 학생 현황과 등록금, 재정 운영 등에 대한 정보를 ‘대학정보공시’라는 이름으로 홈페이지에 게재한다. 그러나 대부분 홈페이지 한 구석에 작은 글씨로 메뉴가 표시돼 있는 데다 프로그램 설치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학부모들이 관련 정보를 확인하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서울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등록금이 비싼 사립대 입장에서 굳이 등록금 액수를 예비 학생과 학부모에게 알리려 하지 않는다”며 “학부모나 학생들도 등록금보다는 학교 명성을 선택의 기준으로 삼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반면 학부모들은 등록금도 학교 선택을 위한 중요한 기준이라며 대학들의 무성의함에 불만을 표시했다.

송환웅 참교육학부모회 부회장은 “입학하려 하는 대학의 등록금이 얼마인지, 어떤 이유로 그만큼의 등록금이 매겨졌는지를 아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의 권리”라며 “우선 학교 홈페이지에서 검색만으로 등록금을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홍선표/박재민 기자 ricke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