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데스크] 규제 건수 줄이기의 한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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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승윤 중소기업부장 hyunsy@hankyung.com
박근혜 대통령 주재로 지난 20일 청와대에
서 열린 규제개혁점검회의는 ‘고강도 규제개혁’을 추진하겠다는 정부의 의욕을 잘 보여준 자리였다. ‘일자리 창출을 막는 규제를 반드시 없애겠다’는 열의와 의지가 박 대통령의 한마디 한마디에서 읽혀졌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규제 개혁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경제 규제 ‘건수’를 줄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사업조차 제동
경제 행위는 언제나 ‘대가’와 ‘희생’을 전제로 해서 이뤄진다. 예컨대 투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재원을 고갈시키는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공장을 지으면 농경지나 산림이 그만큼 파괴된다. 대형마트나 큰 병원이 생기면 중소 가게들이나 개인병원이 타격을 입는다.
이런 경제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게 바로 규제다. 전체적으로 아무리 수익이 크고 국민 편익이 개선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미리 정해진 ‘허들’을 뛰어넘지 못하면 일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국토 균형발전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규제 한두 개에 걸리면 사업 전체가 제동이 걸린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공장 건설은 토지 용도규제에 막히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7성급 호텔 건립도 학교환경 규제에 제동이 걸린다. 건축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없는지, 환경오염 규제는 준수하는지, 수도권 집중억제 규제에는 걸리는 게 없는지, 교통유발 문제는 없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것이 지금의 규제 시스템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경제 규제의 20%를 없애겠다’는 규제 건수 줄이기는 크게 기대할 게 없다. 단계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사업 전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
체크포인트로 활용 바람직
규제만능 사회일수록 정부의 규제 폐지는 ‘시혜 조치’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한두 개 규제를 없애는 순간 그쪽으로 과도한 쏠림이 나타난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가 그랬다.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을 금지하는 규제를 없앴더니 금융회사들은 ‘길거리에서 카드 모집을 하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없앤 규제가 얼마 가지 않아 되살아나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기존 규제들을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이 아니라 ‘체크 포인트’로 활용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업은 일부 항목에서 기준점수를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허용해주는 방안 말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저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업은 불허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하면 된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관련기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까지 참여하는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검토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점검회의가 공무원들이 끼고 사는 규제 책자의 페이지 수를 줄이는 수준에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국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개별사업에 대한 평가목록서’ 정도로 바꿔 놓아야 나중에 가서도 후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현승윤 중소기업부장 hyunsy@hankyung.com
하지만 박근혜 정부의 규제 개혁도 ‘일회성 이벤트’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경제 규제 ‘건수’를 줄이는 식으로 접근하는 것은 과거와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일자리 창출사업조차 제동
경제 행위는 언제나 ‘대가’와 ‘희생’을 전제로 해서 이뤄진다. 예컨대 투자는 우리 사회의 중요한 재원을 고갈시키는 의사결정이기도 하다. 공장을 지으면 농경지나 산림이 그만큼 파괴된다. 대형마트나 큰 병원이 생기면 중소 가게들이나 개인병원이 타격을 입는다.
이런 경제 행위를 원천봉쇄하는 게 바로 규제다. 전체적으로 아무리 수익이 크고 국민 편익이 개선되더라도 특정 분야에서 미리 정해진 ‘허들’을 뛰어넘지 못하면 일을 진행할 수 없도록 막기 때문이다. 국가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키는 사업이라 하더라도 국토 균형발전이나 중소기업과의 상생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있는 규제 한두 개에 걸리면 사업 전체가 제동이 걸린다.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공장 건설은 토지 용도규제에 막히고, 관광산업을 활성화하기 위한 7성급 호텔 건립도 학교환경 규제에 제동이 걸린다. 건축 규정을 위반하는 것은 없는지, 환경오염 규제는 준수하는지, 수도권 집중억제 규제에는 걸리는 게 없는지, 교통유발 문제는 없는지를 개별적으로 따지는 것이 지금의 규제 시스템이다.
이런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은 채 ‘경제 규제의 20%를 없애겠다’는 규제 건수 줄이기는 크게 기대할 게 없다. 단계마다 인허가권을 갖고 있는 공무원들은 여전히 사업 전체를 무산시킬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갖는 ‘무시무시한 사람들’이다.
체크포인트로 활용 바람직
규제만능 사회일수록 정부의 규제 폐지는 ‘시혜 조치’로 해석될 가능성이 크다. 한두 개 규제를 없애는 순간 그쪽으로 과도한 쏠림이 나타난다. 신용카드 규제 완화가 그랬다. ‘신용카드 길거리 모집’을 금지하는 규제를 없앴더니 금융회사들은 ‘길거리에서 카드 모집을 하라는 것’으로 해석했다. 없앤 규제가 얼마 가지 않아 되살아나는 이유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려면 규제 패러다임 자체를 바꿔야 한다. 기존 규제들을 ‘반드시 넘어야 할 허들’이 아니라 ‘체크 포인트’로 활용하면 된다. 전체적으로 높은 점수를 받은 사업은 일부 항목에서 기준점수를 넘어서지 못하더라도 허용해주는 방안 말이다.
물론 우리 사회에서 반드시 지켜야 하는 ‘최저한의 기준’조차 지키지 못하는 사업은 불허하거나 조건부 승인을 하면 된다. 중요한 사안에 대해서는 정부와 관련기관, 시민단체뿐만 아니라 여야 정치권까지 참여하는 의사결정기구를 만들어 검토할 수 있다.
대통령이 직접 주재하는 규제개혁점검회의가 공무원들이 끼고 사는 규제 책자의 페이지 수를 줄이는 수준에서 만족해서는 안된다. 일자리를 창출하는 사업이 잘될 수 있도록, 국가 경제가 발전할 수 있도록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개별사업에 대한 평가목록서’ 정도로 바꿔 놓아야 나중에 가서도 후퇴하는 일이 없을 것이다.
현승윤 중소기업부장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