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KT 회장이 외부 인재 수혈에 나서고 있다. 취임 초 “KT 내에 잠들어 있는 1등 DNA를 되살리겠다”며 KT 출신 올드보이들을 요직에 발탁했던 것과는 분위기가 다르다. 계열사 KT ENS 직원의 대출 사기, 개인정보 유출, 가입자 감소, 영업 적자 등 악재가 이어지자 위기 국면을 전환하기 위해 구원투수를 영입하고 있는 것이다.

황 회장은 지난달 초 신임 재무실장으로 삼성전자 상무 출신인 김인회 전무를 영입했다. 김 실장은 1989년 삼성전자에 입사해 1994~2005년 일본삼성 관리담당 상무를 지냈다. 2009년 삼성코닝 삼성중공업을 거쳐 지난해까지 삼성전자에서 근무했다.

이달 들어선 주요 계열사인 비씨카드 대표에 서준희 삼성사회봉사단 사장을 내정했다. 서 내정자는 1979년 제일제당에 입사한 뒤 삼성그룹 비서실에서 근무한 재무통이다. 이후 삼성증권 이사, 삼성생명 전무, 삼성증권 부사장, 에스원 사장을 지냈다.

부동산개발 계열사인 KT에스테이트 사장엔 최일성 전 삼성물산 상무를 임명했다. KT스포츠 대표엔 김영수 한국ABC협회 부회장을 내정했다. LG전자 부사장, LG스포츠 대표 등을 지낸 ‘LG맨’이다.

황 회장이 삼성맨 등 외부 인재 영입에 나선 것에 대해 KT 안팎의 반응은 엇갈린다. 내부에선 조심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전임 이석채 회장이 2008년 취임 직후 대통령직인수위 청와대 정치권 출신을 줄줄이 고위직에 임명해 낙하산 인사 논란에 휩싸였던 전철을 밟을 수 있어서다.

그러나 KT 혁신을 위해 외부 인사 영입이 불가피하다는 시각도 있다. 황 회장은 악재가 계속되자 지난 15일 임직원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창사 이래 최대의 위기 상황”이라며 “하루아침에 몰락하지 않으려면 절실함 절박함 처절함을 가져야 한다”고 경고했다.

전설리 기자 slj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