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인생] 시큰시큰 무릎관절염, 줄기세포 이식하면 등산도 '거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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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줄기세포 이식술 선도하는 연세사랑병원
2~3년 전부터 오른쪽 무릎이 시큰거리고 찌릿한 통증이 있던 주부 박영희 씨(69·전북 군산)는 지난해 정형외과병원에서 말기 퇴행성 관절염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의료진은 오른쪽 무릎의 안쪽 연골이 절반도 안 남아 인공관절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는 고령의 나이에 수술을 하면 잘못될까 두려웠고, 오랜 수술시간과 긴 회복기를 잘 버틸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박씨는 수술이 아닌 다른 치료법을 찾던 중 지인으로부터 줄기세포 치료가 시술시간이 짧고 연골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박씨는 줄기세포로 관절염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을 찾았다.
의료진과 상담한 끝에 줄기세포 이식을 받았고, 10개월이 지난 현재 통증이 상당히 줄었다. 무릎을 움직이는 데도 불편함이 없는 상태로 좋아졌다. 얼마 전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거의 닳아 없어졌던 무릎 연골이 새로 자라난 것도 확인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 매년 증가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퇴행성 질환의 발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는 2008년 200만명에서 2012년 244만명으로 19% 증가했다. 불과 5년 새 5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3배가량 많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 빈번하다. 중년 여성들은 근력이 남성에 비해 약하고, 집안일 등 오랜 가사노동에 시달려 무릎 연골이 매우 약하다. 무릎을 자주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는 등의 자세를 오랜 기간 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갔다는 방증이다. 또 폐경 이후 여성들은 관절을 보호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무릎 연골이 손상되기 쉬운데, 이는 십중팔구 관절염으로 이어진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한다.
연골은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해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원활한 운동을 돕는데, 연골이 손상되면 뼈끼리 맞닿아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하지 못한다. 조승배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부원장은 “연골은 혈관이 없는 조직으로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며 “연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상태라면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재생시키는 치료법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닳아 없어졌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부담되면 줄기세포 치료
60대 중반 이후에 주로 나타나던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최근 들어 50대에도 자주 나타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축구나 등산 같은 취미활동과 야외활동이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격렬한 운동을 하면 연골이 빨리 닳거나 손상되기 쉽다”고 말했다. 연골에는 신경이 없어서 상당 부분 손상돼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하기 쉽다. 의료진은 무릎 연골이 90% 이상 손상된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통상 인공관절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이 수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수술 부위가 커서 흉터가 남기 쉽다. 또 인공관절의 수명은 최대 20년 정도로 제한적이다. 인공관절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5년 전에 퇴행성 관절염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이라는 이름의 새 치료법은 환자의 배나 엉덩이·무릎에서 지방조직을 추출한 뒤 줄기세포를 뽑아내 주사나 관절경으로 손상된 환자의 연골 부위에 주입한다. 환자의 혈액을 약간 뽑아서 분리해낸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을 주사하고, 더 많은 줄기세포가 연골에 자리잡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술 뒤에는 2~3주 정도 목발을 짚으면서 이식한 줄기세포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환자 본인의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시술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또 원래 있던 연골의 70~80% 수준까지 회복된다. 이 치료법은 퇴행성 관절염이 중기 이상 진행됐을 때 쓸 수 있지만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사람에게는 써도 별 효과가 없다.
60~70대 환자도 줄기세포로 연골 재생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은 원래 인공관절의 수명 제한 때문에 쉽게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기 어려운 40~50대 환자가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고령 환자에게도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도 줄기세포 이식이 인공관절 치환술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은 몸 상태가 큰 수술을 견딜 수 없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거부하는 노년층 퇴행성 관절염 환자 30명(평균 나이 70.3세)에게 자가줄기세포 이식과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치료를 시행했다.
이들의 통증 수치는 수술 전 평균 4.7점(10점 만점,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에서 수술 2년 후에는 절반 이하인 1.7점으로 내려갔다. 또 수술 1년 후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절내시경 검사에서 62.5%는 손상된 연골이 새로 자랐다. 환자의 87.5%는 2년 후 진행한 검사에서 연골 손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고 원장은 “줄기세포 이식이 인공관절 수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법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유럽슬관절학회 공식학술지(KSSTA)에 실렸다.
도움말=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
하지만 박씨는 고령의 나이에 수술을 하면 잘못될까 두려웠고, 오랜 수술시간과 긴 회복기를 잘 버틸 수 있을지도 걱정이었다. 박씨는 수술이 아닌 다른 치료법을 찾던 중 지인으로부터 줄기세포 치료가 시술시간이 짧고 연골 재생에도 효과가 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박씨는 줄기세포로 관절염을 치료하는 전문병원을 찾았다.
의료진과 상담한 끝에 줄기세포 이식을 받았고, 10개월이 지난 현재 통증이 상당히 줄었다. 무릎을 움직이는 데도 불편함이 없는 상태로 좋아졌다. 얼마 전 찍은 엑스레이에서는 거의 닳아 없어졌던 무릎 연골이 새로 자라난 것도 확인했다.
퇴행성 관절염 환자 매년 증가
고령화가 가속화하면서 퇴행성 질환의 발병도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무릎 관절염 환자는 2008년 200만명에서 2012년 244만명으로 19% 증가했다. 불과 5년 새 50만명 가까이 늘어난 것이다. 또 여성 환자가 남성 환자보다 3배가량 많다.
특히 중년 여성에게 빈번하다. 중년 여성들은 근력이 남성에 비해 약하고, 집안일 등 오랜 가사노동에 시달려 무릎 연골이 매우 약하다. 무릎을 자주 구부리거나 쪼그리고 앉는 등의 자세를 오랜 기간 해왔기 때문이다. 그만큼 무릎에 하중이 많이 갔다는 방증이다. 또 폐경 이후 여성들은 관절을 보호하는 여성호르몬 분비가 급격하게 감소하면서 무릎 연골이 손상되기 쉬운데, 이는 십중팔구 관절염으로 이어진다. 퇴행성 관절염은 관절을 보호하고 있는 연골의 퇴행성 변화로 발생한다.
연골은 뼈와 뼈 사이에 위치해 충격을 흡수하고 관절의 원활한 운동을 돕는데, 연골이 손상되면 뼈끼리 맞닿아 극심한 통증이 느껴지는 것이다. 이 연골은 한 번 손상되면 스스로 재생하지 못한다. 조승배 연세사랑병원 관절센터 부원장은 “연골은 혈관이 없는 조직으로 스스로 재생되지 않는다”며 “연골이 조금이라도 남아 있는 상태라면 줄기세포 치료를 통해 재생시키는 치료법이 가능하지만, 완전히 닳아 없어졌다면 인공관절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인공관절 부담되면 줄기세포 치료
60대 중반 이후에 주로 나타나던 무릎 퇴행성 관절염은 최근 들어 50대에도 자주 나타난다. 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은 “축구나 등산 같은 취미활동과 야외활동이 늘어난 것도 이유 중 하나”라며 “격렬한 운동을 하면 연골이 빨리 닳거나 손상되기 쉽다”고 말했다. 연골에는 신경이 없어서 상당 부분 손상돼도 통증을 잘 느끼지 못하므로 퇴행성 관절염으로 발전하기 쉽다. 의료진은 무릎 연골이 90% 이상 손상된 말기 퇴행성 관절염 환자에게 통상 인공관절 수술을 권한다. 하지만 이 수술은 비용이 많이 들고 수술 부위가 커서 흉터가 남기 쉽다. 또 인공관절의 수명은 최대 20년 정도로 제한적이다. 인공관절을 대체하기 위해 개발된 것이 줄기세포 치료법이다. 국내에서는 5년 전에 퇴행성 관절염을 줄기세포로 치료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이라는 이름의 새 치료법은 환자의 배나 엉덩이·무릎에서 지방조직을 추출한 뒤 줄기세포를 뽑아내 주사나 관절경으로 손상된 환자의 연골 부위에 주입한다. 환자의 혈액을 약간 뽑아서 분리해낸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을 주사하고, 더 많은 줄기세포가 연골에 자리잡도록 하는 방식이다. 시술 뒤에는 2~3주 정도 목발을 짚으면서 이식한 줄기세포가 제대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안정을 취해야 한다. 한 달 정도 지나면 정상적인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환자 본인의 지방조직에서 줄기세포를 추출하기 때문에 시술 후 부작용이나 후유증이 거의 없다. 또 원래 있던 연골의 70~80% 수준까지 회복된다. 이 치료법은 퇴행성 관절염이 중기 이상 진행됐을 때 쓸 수 있지만 연골이 모두 닳아 없어진 사람에게는 써도 별 효과가 없다.
60~70대 환자도 줄기세포로 연골 재생
자가줄기세포 이식술은 원래 인공관절의 수명 제한 때문에 쉽게 인공관절 치환술을 받기 어려운 40~50대 환자가 많이 받았다.
하지만 요즘은 고령 환자에게도 줄기세포 치료를 적용하는 추세다. 65세 이상 고령 환자도 줄기세포 이식이 인공관절 치환술만큼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연세사랑병원 연구팀은 몸 상태가 큰 수술을 견딜 수 없거나 인공관절 수술을 거부하는 노년층 퇴행성 관절염 환자 30명(평균 나이 70.3세)에게 자가줄기세포 이식과 자가혈소판풍부혈장(PRP) 치료를 시행했다.
이들의 통증 수치는 수술 전 평균 4.7점(10점 만점, 높을수록 통증이 심함)에서 수술 2년 후에는 절반 이하인 1.7점으로 내려갔다. 또 수술 1년 후 환자 1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관절내시경 검사에서 62.5%는 손상된 연골이 새로 자랐다. 환자의 87.5%는 2년 후 진행한 검사에서 연골 손상이 더 이상 진행되지 않았다. 고 원장은 “줄기세포 이식이 인공관절 수술을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지만, 환자가 선택할 수 있는 비수술 치료법이 더욱 다양해졌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최근 유럽슬관절학회 공식학술지(KSSTA)에 실렸다.
도움말=고용곤 연세사랑병원 원장
이준혁 기자 rainbo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