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의약품 부작용 불감증…미국선 한해 18만명 사망"
“미국에서는 의약품 부작용과 투약 오류로 한 해 18만명이 사망합니다. 전체 사망률 3위입니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이런 통계가 없습니다.”

박병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장(서울대 의대 교수·사진)은 “우리 사회가 의약품 부작용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의약품 부작용 불감증이 심각하다는 것이다.

박 원장은 2012년 4월 출범한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초대원장이다. 그는 “출범 첫해 9만2375건이던 의약품 부작용 신고 건수가 지난해 18만건으로 급증했다”며 “올해는 30만건을 넘어설 전망”이라고 말했다.

박 원장은 1998년 세계보건기구(WHO) 회의에 참석했다가 ‘얼굴이 화끈거리는’ 경험을 했다. 그는 “WHO 의약품부작용모니터링 회의에 참석했는데 주최 측이 ‘한국은 진짜 강한 나라인 것 같다’고 말해 의아했다”며 “알고 보니 1992년 회원국이 된 뒤 6년 동안 단 한 건의 의약품 부작용 신고가 없는 것을 에둘러 지적한 말이었다”고 전했다.

그는 귀국 후 식품의약품안전청(현 식품의약품안전처)을 설득해 대학병원들과 손잡고 의약품 부작용 신고를 받기 시작했다. 그전까지 연간 100건에 그쳤던 부작용 사례가 2005년 1400건으로 급증하더니 2010년에는 6만4143건으로 늘었다. 이런 노력들이 의약품안전관리원을 설립하는 원동력이 됐다.

박 원장은 의약품 부작용을 제대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통계청 사망 자료, 건강보험 자료 등 관련 자료의 교환을 막아놓은 칸막이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