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제주대첩' 기아차 쏘울EV 질주
기아자동차가 제주도 내 전기자동차 대전에서 국내외 업체들을 큰 격차로 물리쳤다. 50%에 가까운 점유율로 한국과 독일, 일본의 경쟁 업체들을 제쳐 국내 전기차 시장을 주도할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섰다는 평가가 나온다.

제주특별자치도청은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제1회 국제 전기자동차 엑스포’에서 259명의 제주 도민이 1차로 전기차 구매를 신청했다고 24일 밝혔다.

전기차 '제주대첩' 기아차 쏘울EV 질주
전체 신청자 중 가장 많은 95명(36.7%)이 다음달 출시될 기아차의 쏘울 EV(사진)를 선택했다. 쏘울 EV와 비슷한 시기에 국내에 첫선을 보이는 BMW의 i3가 47명(18.1%)으로 2위에 올랐으며, 지난해 나온 르노삼성의 SM3 Z.E가 1명 뒤진 46명(17.7%)의 러브콜을 받았다. 기아차 레이 EV(12.0%)가 그 뒤를 이었으며 닛산 리프(11.6%), 한국 GM의 스파크 EV(3.9%) 순이었다.

기아차는 쏘울 EV와 레이 EV를 합해 48.7%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지난해엔 르노삼성이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58%의 점유율을 차지했지만 올해엔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기아차는 내다보고 있다.

기아차 관계자는 “합리적 수준으로 가격을 정하고 성능 면에서도 수입 전기차를 압도해 좋은 반응을 얻은 것 같다”고 말했다. 쏘울 EV는 전기차 보조금 2300만원(환경부 1500만원+지자체 평균 800만원)을 받으면 2000만원 정도에 구입할 수 있다. 보조금을 포함해 3000만~4000만원 이상 있어야 살 수 있는 i3나 리프보다 1000만원 이상 싼 편이다.

가격은 싸지만 배터리 1회 충전으로 갈 수 있는 거리가 148㎞로 현재 국내에 나와 있는 6종 전기차 중 가장 길다. 오르막에서 끄는 힘(토크)이 강하고 전기차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을 무료로 수리해주는 기간이 10년(또는 16만㎞)으로 가장 긴 점도 강점으로 꼽힌다.

제주도는 이날부터 28일까지 받는 2차 구매 신청에서도 1차 때와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제주도청 관계자는 “1차 신청과 2차 신청이 접수 장소만 다를 뿐 전체 제주 도민을 상대로 하는 것이어서 차량 선호도는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며 “다만 제주도청에서 받는 2차 신청에 신청자가 몰려 전체 신청자 수는 1000명이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제주도는 상반기 중 226대의 전기차에 각각 800만원의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이 가운데 91대는 관공서와 국가유공자에게 우선 배정하고 나머지 135대는 내달 18일 추첨을 통해 일반 도민에게 제공할 예정이다. 일반 신청자 수가 1000명이 넘으면 실제 경쟁률은 10 대 1에 가까울 것으로 예상된다.

보조금은 신청받은 차량 브랜드 비율대로 지급한다. 가령 쏘울 EV에 40%의 신청자가 몰리면 일반 배정되는 135대 중 40%인 54대의 쏘울 EV가 보조금을 받을 수 있다. 제주도는 하반기에 225대의 전기차에 보조금을 줄 예정이다. 제주도가 올해 보조금을 지급하는 전기차 451대는 국내 전기차 전체 시장 전망치(1200대)의 40%에 가까운 물량이다.

제주도에 이어 경남 창원시가 내달 1일부터 10일까지 전기차 보조금 신청을 받는다. 서울(750만원)과 부산(800만원), 충남(800만원), 경기(500만원), 대전(500만원) 등도 연내 전기차 보조금을 지급할 예정이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