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웰컴 투 코리아
최근에 김포국제공항에서 일을 마치고 인천국제공항으로 이동할 일이 있었다. 사정상 택시를 타고 가는 게 가장 빠른 길이다 싶어 택시 정거장으로 뛰어갔다. “인천공항이요!”라고 외치며 문을 닫자마자 출발한 택시 안에서는 예상하지 못한 일이 벌어졌다.

택시 미터기는 꺼져 있었고, 달리는 택시 안에서 기사는 5만원을 요구했다. 기사 말만 믿고 일단 그대로 갔다. 설령 요구한 금액이 비싸다는 걸 알았다 하더라도 이미 출발한 택시를 타고 있는 나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역시 확인한 결과 통행료를 포함한 택시비는 4만원이면 충분했다.

누구나 한 번쯤은 겪어봤을 만한 ‘택시 바가지’는 참으로 탐탁지 않은 경험이다. 하물며 한국을 방문한 외국인들에게는 어떨까. 일반택시뿐 아니라 외국어 소통이 가능한 기사가 운전하는 관광택시마저 터무니없이 할증된 요금을 부과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이들 택시에서는 부르는 게 값이다.

바가지요금은 택시요금에서 끝나지 않는다. 외국인이 주로 찾는 쇼핑몰이나 전통시장에서는 물건값을 10배나 부풀려 파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는 얘기도 들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2009년 약 780만명에서 2012년 1114만명, 지난해에는 약 1218만명으로 매년 급증해왔다. 지난해 접수된 외국인관광객 불편신고 중 쇼핑가격 관련 사항이 약 32%로 가장 많고, 택시 바가지요금 등 교통 관련 불만이 약 15%, 여행사문제가 약 12%를 차지했다고 한다. 외국인관광객 1000만명 시대를 연 나라의 모습이라고 하기에는 부끄러운 일이다.

다행히 관광경찰대 출범 등 정부기관 및 관광단체들의 노력으로 외국인 관광객 불편신고는 감소 추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정부의 노력만으로 외국인 관광객의 불편을 해소하거나 관광선진국으로 거듭나기에는 부족함이 있어 보인다. 정부가 외국인 한 명 한 명의 얘기를 듣고 문제를 해결해 줄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각계 국제행사뿐 아니라 한류 열풍 등으로 해마다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늘고 있다. 설렘을 안고 한국을 방문하는 관광객에게 우리의 보답이 ‘가격 속임수’가 돼선 안 된다. 관광상품 및 서비스의 질적 성장을 위해 국민 모두가 노력하고, 관광산업은 ‘국가의 얼굴’이란 인식 또한 필요한 때다.

조현민 < 대한항공 전무·진에어 전무 emilycho@koreanair.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