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이지선 씨. 1982년생, 상명대 화공학 졸업, 2013년 6월 입사, 도봉지점 근무. (우)박요셉 씨. 1985년생, 동국대 회계학 졸업, 2012년 4월 입사, 공항동 지점 근무
(좌)이지선 씨. 1982년생, 상명대 화공학 졸업, 2013년 6월 입사, 도봉지점 근무. (우)박요셉 씨. 1985년생, 동국대 회계학 졸업, 2012년 4월 입사, 공항동 지점 근무
지난해 순이익이 크게 줄어든 은행권 채용은 아직도 한겨울이다. 이런 영향인지 지난 19일 NH농협은행은 채용공고가 뜨자마자 한동안 네이버 실시간 검색 1위를 장식했다. 흔히 채용시즌에는 입사원서 마감날 지원자들이 몰려 검색 1위에 오르곤 했지만, 채용공고가 뜬 날 오르기는 드문 일이었다. 한국경제신문의 취업포털 사이트인 한경잡앤스토리를 통해 잡인터뷰 동행 신청을 받자마자 1시간 만에 지원자가 50여명에 달할 정도였다.

2012년 농협 신경(금융과 유통) 분리 때 입사한 박요셉 씨(동국대 회계학 졸·29)와 이지선 씨(상명대 화공학 졸·32)를 최근 서울 서대문 농협본사에서 만났다. 인터뷰에 동행한 취업준비생 11명은 미리 준비한 질문을 인사담당자와 선배 신입사원에게 3시간에 걸쳐 쏟아부었다.

자소서는 테크닉보다 진솔함이 무기

[JOB 대학생 취업 디딤돌] 자소서는 솔직함으로 '직구' 던지고, 진심 담긴 서비스 위해 '변화구' 연마중
취업준비생에게 3월은 자기소개서 작성의 계절이다. 어떤 지원자는 하루 1개의 자소서를 쓸 만큼 기계적으로 쓰기도 한다. 하지만 NH농협은행에 입사한 박씨는 ‘묻지마 자소서 쓰기’를 경계했다. “무엇보다 질문 의도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요. 가령 책임감 있는 사람을 원하는 기업이라면 어떤 면접관이 보더라도 이 사람은 ‘책임감이 있구나’하고 느낄 수 있도록 경험이 녹아든 사례를 담으라는 것이죠. 이렇게 쓰려면 오랜 시간 한 기업을 대상으로 준비하지 않으면 힘들어요.”

박씨는 대학시절 보험인턴 경험에 비춰 영업력에 자신 있음을 강조해 자소서를 썼다고 소개했다.

이씨도 “거짓 없이 쓰는 것이 중요하다”며 “진실되게 썼을 때 면접관 앞에서도 자신감이 생길 것”이라고 조언했다. 자리를 함께한 구덕환 NH농협은행 인사과장은 “테크닉보다 진솔함이 더 큰 힘을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올 상반기 NH농협은행의 인적성검사는 내달 13일, 삼성직무적성검사(SSAT)와 같은 날에 치른다. 최종 선발인원의 10배수인 4000명이 인적성을 볼 것으로 예상된다. 농협은행 인적성 합격요령에 대해 박씨는 “시중의 여러 문제유형을 익혀두면 실전에서 당황하지 않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이씨는 “인적성은 신뢰도 체크가 가능하기에 모른다고 찍으면 오히려 감점이 된다”며 “모르면 그냥 스킵(skip)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제신문 읽으면 면접준비는 다 돼요

NH농협은행 6급 면접은 토론과 역량면접으로 진행된다. 면접 대상자는 최종합격자의 2~3배수다. 찬반 토론면접은 보통 15~20명이 한 조다. 주제로는 신문 1면을 장식하는 경제이슈가 주로 출제된다. 임원 역량면접은 다(多) 대 다로 진행된다.

대학 3학년 때부터 한국경제신문을 구독했다는 박씨는 “평소 신문을 열심히 읽은 덕에 별다른 어려움 없이 면접 준비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자소서를 바탕으로 한 질문과 자신의 가치에 대한 질문도 받았어요. 최신 경제이슈 그리고 입사 후 포부에 대한 질문도 하셨죠.”

이씨도 “당시 은행권 핫이슈였던 ‘소득공제 재형 저축’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경제 상식과 은행용어 관련 지식도 물었다”고 전했다. 이씨는 요즘 은행권 최대 이슈 상품은 연급여 5000만원 이하의 근로소득자가 가입할 수 있는 ‘소득공제 장기펀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지난 17일부터 판매를 시작했는데, 전 금융권을 합쳐 1인당 600만원 한도여서 은행마다 유치경쟁이 불붙었어요.”

금융은 서비스…스펙보다 다양한 경험을

서울 공항동지점 여신 분야에서 일하는 박씨의 퇴근시간은 거의 매일 오후 10시다. “입사 후 2년간은 출납업무를 맡았어요. 여신부서로 발령받은 뒤엔 모르는 것이 많아 업무 후 남아서 공부하느라 좀 늦게 집에 갑니다.” 그는 “은행에서 제일 강조하는 부문이 여신·외환 쪽인데 지금 맡은 업무도 완벽히 알고 여신심사역 등 관련 자격증 취득으로 여신전문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 10년 경력을 쌓은 뒤 농협은행에 입사해 도봉지점에서 근무하는 이씨는 “대학시절 스펙보다는 다양한 경험을 쌓을 것”을 조언했다. “경험이 많으면 고객과 공유할 부분도 많기 때문이에요. 금융은 서비스죠. 고객이 원하는 것을 빨리 캐치할 수 있는 게 그 어떤 자격증, 학점, 어학성적보다 중요합니다.”

이씨는 처음 창구업무를 할 땐 고객이 와도 입이 떨어지지 않았는데 상품 공부를 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요즘엔 단골고객을 만드는 노하우도 생겼어요. 단 몇%라도 금리 우대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을 소개하면 좋아하시죠. 때때로 비닐팩, 치약, 샴푸 등을 선물로 드리기도 해요.”

글=공태윤/사진=신경훈 기자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