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 짜파게티, 너구리 등 파워 브랜드를 대거 보유하고 있는 ‘라면계의 지존’ 농심이 힘을 못 쓰는 면류 품목이 있다. 여름 계절면의 대표 아이템 중 하나인 ‘비빔면’ 시장이 바로 그것이다. 비빔면은 한국야쿠르트 계열의 면류 회사인 팔도의 ‘팔도비빔면’이 30년째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농심은 ‘찰비빔면’ 등을 내세워 팔도비빔면에 도전장을 던져왔지만 좀처럼 시장 격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24일 시장조사기관 링크아즈텍에 따르면 농심은 지난해 찰비빔면과 둥지냉면(비빔), 고추비빔면 등을 팔아 91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팔도는 비빔면 한 품목만으로 470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두 회사의 매출 격차는 2012년 189억원에서 지난해에는 379억원으로 더 벌어졌다.

농심은 팔도에 대한 추격전이 난항을 겪자 제품 포트폴리오 전략을 바꾸고 있다. 비빔면만으로는 승산이 없다고 보고 메밀소바, 냉면 등으로 제품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

농심이 이날 신제품 ‘태풍냉면’을 출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태풍냉면은 물냉면의 시원한 국물과 비빔냉면의 매콤한 맛을 모두 느낄 수 있는 퓨전 제품이다. 동치미 육수에 고춧가루와 국내산 사과 등을 발효시킨 양념장을 더했다.

2005년 출시한 찰비빔면도 최근 리뉴얼했다. 비빔면 주 소비층인 20대를 공략하기 위해 고춧가루와 참기름을 더 많이 첨가해 맵고 고소한 맛을 냈다. 2004년 출시한 메밀소바와 2008년 출시한 둥지냉면도 대형마트에서 판촉 활동을 계획하고 있다. 심규철 농심 면마케팅팀장은 “농심만이 만들 수 있는 제품군을 확대해 올해 여름철 계절면 시장에서 400억원의 매출을 올리겠다”고 말했다.

농심의 다품목 전략에 팔도는 대형 이벤트로 맞설 계획이다. 1984년 6월 출시된 팔도비빔면이 올해 비빔면 출시 30주년을 맞는 것을 기념해 대규모 판촉 행사를 열기로 했다. 구매인증 이벤트, 레시피 경연대회 등을 열어 1만660명에게 경품을 제공하며 이 중 50명에게는 러시아 바이칼호 해외여행 기회를 준다.

김기홍 팔도 광고디자인팀장은 “팔도비빔면은 비수기로 꼽히는 동절기(11~2월)에도 1000만개가 판매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며 “경쟁 업체들이 기존 제품의 맛을 바꾸고, 신제품을 내놓는 등 추격하고 있지만 팔도의 시장점유율은 2012년 56%에서 지난해 67%로 오히려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제품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도 이어갈 방침이다. 지난 19일 팔도는 비빔면 용기면 제품을 리뉴얼해 나트륨을 20%가량 줄였다. 봉지면과 비슷한 맛을 내도록 레시피도 바꿨다. 다음달에는 ‘매운 비빔면’을 새로 내놓기로 했다. 김 팀장은 “소비자의 입맛에 맞는 제품을 계속 개발할 것”이라며 “올해는 전년 대비 6%가량 증가한 500억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