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아트그룹 뮌 개인전…개인·사회의 기억, 그 유쾌한 하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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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컴컴한 실내 공간에 다섯 개의 책장형 타워가 마치 오페라 극장의 객석처럼 우뚝 서 있다. 각각 8층 구조인 그 공간에서는 그림자극을 연상시키듯 다양한 연기가 펼쳐진다. 때로는 내밀하고 때로는 사회적인 메시지를 상기시키는 이미지들 사이에는 아무런 연관도 없어 보인다. 그것은 우리가 전혀 알아채지 못했던 잠재의식의 모자이크 같다.
독일 등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 온 2인조(김민선·최문순) 미디어아트 그룹 뮌(Mioon)의 ‘오디토리엄’은 인간의 불합리한 기억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5월31일까지 서울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뮌-기억극장’전은 이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 영상이 포함된 오브제 설치작품 6점과 비디오 작업 3점을 선보인다.
2000년대 중반 군중의 사회적 의미에 관심을 가졌던 뮌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인간의 기억과 극장이라는 두 가지 테마에 몰입해왔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오디토리엄’은 단순히 책장 속의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관객은 책장 뒤쪽에서 그림자 이미지를 연출한 수백 개의 오브제와 만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제된 모습으로 비쳤던 정면 이미지의 원형이 실은 잡다하고 무질서한 오브제의 조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작가들은 관객을 향해 “그것이야말로 우리 기억의 날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기억은 또한 사회적 기억과 조합되면서 예기치 못한 기억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타워 속의 그림자를 변형된 모습으로 비추는 전시장 벽의 또 다른 그림자는 그에 대한 은유다. 기억은 총체적 연결구조를 가진 게 아니라 일관성 없이 분절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키스 스타디움을 모델로 한 ‘습관적 열정’에서는 평소 선수들의 열기와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야구장 대신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경찰차만이 홀로 정적을 깨우는 텅 빈 침묵의 장소로 제시함으로써 군중을 지배하는 이면의 사회적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02)3475-198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
독일 등 주로 해외에서 활동해 온 2인조(김민선·최문순) 미디어아트 그룹 뮌(Mioon)의 ‘오디토리엄’은 인간의 불합리한 기억 구조를 시각적으로 표현한 작품이다. 5월31일까지 서울 언주로 코리아나미술관에서 열리는 ‘뮌-기억극장’전은 이들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갖는 개인전. 영상이 포함된 오브제 설치작품 6점과 비디오 작업 3점을 선보인다.
2000년대 중반 군중의 사회적 의미에 관심을 가졌던 뮌은 2000년대 후반부터 인간의 기억과 극장이라는 두 가지 테마에 몰입해왔다.
이번 전시의 대표작 ‘오디토리엄’은 단순히 책장 속의 기억에 머물지 않는다. 관객은 책장 뒤쪽에서 그림자 이미지를 연출한 수백 개의 오브제와 만나기 때문이다. 그들은 정제된 모습으로 비쳤던 정면 이미지의 원형이 실은 잡다하고 무질서한 오브제의 조합에 의한 것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작가들은 관객을 향해 “그것이야말로 우리 기억의 날것”이라고 강조한다.
개인의 기억은 또한 사회적 기억과 조합되면서 예기치 못한 기억으로 재생되기도 한다. 타워 속의 그림자를 변형된 모습으로 비추는 전시장 벽의 또 다른 그림자는 그에 대한 은유다. 기억은 총체적 연결구조를 가진 게 아니라 일관성 없이 분절돼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양키스 스타디움을 모델로 한 ‘습관적 열정’에서는 평소 선수들의 열기와 관중의 함성으로 가득했던 야구장 대신 서치라이트를 비추는 경찰차만이 홀로 정적을 깨우는 텅 빈 침묵의 장소로 제시함으로써 군중을 지배하는 이면의 사회적 시스템에 주목하고 있다. (02)3475-1985
정석범 문화전문기자 sukbum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