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배우들 연기·노래·열정, 뉴욕 공연팀만큼 탁월해요"
“창작자가 정말 사랑하고 좋아하는 이야기를 하는 게 중요합니다. 그래야 온 힘과 열정을 쏟아부을 수 있고, 관객들이 창작자의 진정성을 느낄 수 있는 좋은 곡이 나오니까요.”

세계적인 흥행 뮤지컬 ‘위키드’의 작사·작곡가인 스티븐 슈왈츠(66·사진)는 24일 서울 잠실동 롯데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한국 창작뮤지컬 작곡가들에 대한 조언을 요청하자 “같은 고민을 하는 작곡가로서 할 수 있는 얘기”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도 뮤지컬이 성장해 창작자가 작품을 만들 수 있는 문화적 토대가 갖춰진 것 같다”며 “한국만의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오리지널 뮤지컬을 보고 싶다”고 덧붙였다.

21세에 브로드웨이 무대에 데뷔한 슈왈츠는 20대에 작곡한 뮤지컬 ‘피핀’과 ‘갓스펠’ 등이 연이어 히트하면서 당시 영국의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비교되는 천재 작곡가로 주목받았다. 이후 애니메이션 영화음악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 ‘포카혼타스’‘노틀담의 꼽추’‘이집트의 왕자’ 등의 음악을 만들었다. ‘포카혼타스’로 아카데미 작곡상과 주제가상, ‘이집트의 왕자’로 아카데미 주제가상을 받았다. 스크린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던 그가 브로드웨이로 복귀한 작품이 2003년 초연된 ‘위키드’다.

“원작 소설을 읽고 뮤지컬로 만들고 싶어 백방으로 알아봤어요. 초록 마녀, 하얀 마녀 등 하나하나 살아 있는 캐릭터와 정치적·철학적 메시지 등 모든 것이 흥미로웠고, 생동감 넘치는 극장의 작품으로 만들고 싶은 열정이 끓어 넘쳤죠.”

‘위키드’는 브로드웨이에서 11년째 장기 공연되며 여전히 흥행몰이 중이다. 국내에서도 2012년 오리지널팀 내한 공연에서 관객 23만명을 동원했고, 지난해 11월 말 시작된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도 최근 관객 15만명을 돌파했다.

슈왈츠는 지난 22일 2박3일 일정으로 한국에 왔다. 그는 한국어 라이선스 공연 수준에 대해 “뉴욕에 가서 보는 것과 차이가 없을 만큼 뛰어났다”고 평가했다. 슈왈츠는 “앙상블 배우들이 극에 잘 녹아들고 발음이나 연기, 노래 등 모든 점에서 좋았다”며 “김영주 씨가 연기하는 모리블은 세계 어느 모리블보다 힘이 넘쳤다”고 말했다.

그는 ‘위키드’가 공연하는 곳마다 인기를 모으는 이유에 대해 “우리에게 보여지는 세계가 모두 진실은 아니라는 극의 보편적인 메시지가 어디서나 공감을 얻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