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 산업은 다른 제조업에 비해 규제가 상대적으로 많다. 생명을 다루는 산업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규제가 지나치게 까다로워 바이오 산업을 고사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000년에는 200건이 넘었던 바이오 벤처기업창업이 지난해 두 곳으로 줄었다. 성장하는 단계마다 새 규제를 넘어야 하는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이런 규제 없애라] 年 200개 생기던 바이오벤처 2013년 단 2곳…창업 막는 '규제 늪'

○의무고용·인허가·품질평가…

의약품 제조회사를 창업하려면 ‘약사법 36조’에 따라 약사나 한약사를 관리자로 채용해야 한다. ‘생물학적 의약품’을 만드는 회사는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승인을 받은 의사 또는 세균학적 지식을 가진 전문기술자’를 관리자로 둬야 한다.

오기환 한국바이오협회 산업정책실장은 “바이오 벤처기업에는 생물학이나 생명공학 전문가들이 필요하다”며 “영세한 바이오 벤처기업에 약사나 한약사 의사를 무조건 고용하도록 한 것은 과도한 규제”라고 말했다.

바이오 벤처기업이 기술개발에 성공하는 순간 ‘규제 허들’을 하나 더 넘어야 한다. 정부의 인허가와 품질평가다.

의료기기업체 A사는 지난해 7월 식약처로부터 인허가를 받은 제품을 아직까지도 시장에 내놓지 못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서 ‘신의료기술평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2006년 도입된 이 제도는 새로 개발된 의료기술이 실제 임상에서도 같은 효과와 안전성이 나타나는지 따져보는 제도다. 바이오 업계에서는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황에서 중복 규제”라고 비판했다. A사 관계자는 “올해 초부터 제품을 판매할 예정이었으나 평가가 길어져 하반기에나 제품을 내놓을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5년 내에 이익 내라?

바이오 기업들은 제품개발에 막대한 투자를 해야 하기 때문에 돈이 많이 필요하다. 기술개발과 신제품 출시를 성공적으로 마친 기업들이 코스닥 상장을 추진하는 이유다. 하지만 코스닥에 상장되는 순간 ‘5년 연속 적자 때 퇴출’ 규정에 시달리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2008년 이 같은 코스닥 퇴출 요건을 마련했다. 만성적으로 적자를 내는 기업을 솎아내기 위한 조치다.

하지만 바이오 기업들은 연구개발(R&D)에만 수년이 걸리고 상업화까지 성공하려면 10년 이상 걸린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예컨대 세계적 바이오기업인 미국 길리어드사이언스는 1991년 나스닥에 상장한 뒤 10년 동안 적자를 냈다는 것이다.

한국바이오협회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전체 바이오 기업 가운데 30.1%가 돈을 벌지 못했다. 매출이 있어도 손익분기점을 넘지 못한 기업은 35.0%에 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바이오벤처기업은 코스닥에서 퇴출되지 않기 위해 R&D와 관계도 없는 수익사업을 무리하게 추진한다”며 “바이오 산업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가조작 등 ‘머니게임’ 내몰려

바이오기업은 정보기술(IT) 벤처기업과 달리 ‘아이디어만으로 투자 유치’를 받기가 어렵다. 투자회수 기간이 오래 걸리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규제마저 까다롭다 보니 벤처캐피털 등 민간자본 유치가 극히 부진하다.

이 때문에 바이오 벤처기업인 중 일부는 주가조작 등 ‘머니게임’을 하거나 이런 유혹을 받는 사례가 종종 생겨나고 있다. 이런 일들은 바이오 벤처기업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을 악화시키고 있다.

김석관 과학기술정책연구소 산업혁신본부 본부장은 “바이오 벤처기업은 바이오산업의 뿌리와 같은 역할을 한다”며 “지나친 규제를 정비하고 다양한 측면에서 바이오산업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조미현 기자 mwis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