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금시장
런던 금시장협회가 인정하는 적격골드바(Good Delivery)라는 게 있다. 통상 무게 390트로이온스(귀금속 무게 단위·12kg), 길이 210~290mm 정도다. 순도는 99.9%다. 물론 가격도 엄청나다. 이런 골드바는 주로 각국 중앙은행이나 IMF 등에서 보유하고 있다. 미국 뉴욕연방은행 지하의 ‘황금의 방’에서 보관하는 금괴들은 대부분 이런 종류다. 하지만 일반 현물시장에서 통용되는 금괴는 주로 500g이나 300g, 100g 정도다. 2~20g의 작고 가벼운 키네바도 수요자가 많은 금괴다.

세계 최대 금 소비국은 중국이다. 황금 선호가 유별난 중국의 금 수요는 지난해 1000t을 넘었다. 귀금속류가 70%, 금괴용이 30%가량이다. 특히 금괴 수요가 전년 대비 57%나 급증했다. 이미 중국인들이 금괴를 투자대상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것이다. 중국은 최대 수요국인 동시에 최대 생산국이기도 하다. 2007년부터 남아프리카공화국을 제치고 최대 금 생산국 위치에 올랐다.

2위는 인도다. 인도 정부가 지난해 금괴 수입을 제한하기 위해 관세를 대폭 올릴 정도로 금 수요가 많다. 중국과 인도의 수요가 전 세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물론 두 나라의 인구가 전 세계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중보다 많다.

정작 금괴의 폭발적인 수요 증가를 일으키는 나라는 터키다. 지난해 113%나 늘었다. 터키의 정치 불안정과 환율 불안이 가장 큰 요인이다. 터키가 이슬람국가인 것도 수요 폭증의 한 원인이다. 이슬람에선 금이 최고의 재테크 수단이다. 이자를 불로소득으로 간주하므로 투자할 만한 금융상품이 별로 없어서다.

런던과 뉴욕, 상하이 금시장과 더불어 최근 급상승세를 타고 있는 시장은 두바이 금시장이다. 두바이는 금을 전혀 생산하지 않는 국가다. 그럼에도 금시장이 활기를 띠는 것은 중동 부호들의 금 선호가 한몫한다. 중동국가들이 국부펀드를 운용하면서 금 투자 비중을 높이는 것도 두바이 금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요인이다. 아프리카 분쟁지역에서 생산된 금이 밀수를 통해 두바이에 대량 유입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국내에서도 금괴를 주식처럼 현물로 거래할 수 있는 한국거래소 금시장이 어제 부산에서 개장됐다. 이날 금시장의 종가는 1g 기준 4만6950원이었다. 세금혜택만큼 비쌌던 셈이다. 거래량은 금 6kg. 물론 순도 99.9% 이상의 순금만 거래된다. 금시장이 과연 장롱 속 금들을 나오게 할 수 있을지.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