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차 쏘울 EV
기아차 쏘울 EV
전기자동차 대중화 시대가 성큼 다가왔다. 선택할 수 있는 모델도 많아졌고 전기차를 사면 받을 수 있는 보조금도 늘었다. 아킬레스 건으로 통하던 충전 시설도 하나둘씩 증가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가 전기차의 원년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2000만원이면 전기차 구입

지난해 국내에서 전기차는 715대가량 팔렸다. 올해는 500대 가량 증가한 1200대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런 장밋빛 전망이 나오는 이유는 전기차 인센티브가 많아지고 있어서다.

올해까지 전기차 한 대당 지급되는 보조금 규모는 2000만~2400만원 안팎이다. 환경부가 1500만원을 주고 지방자치단체가 500만~900만원을 제공한다. 지자체별 보조금은 △경기 대전 500만원 △서울 750만원 △제주 부산 충남 800만원 △전남 영광 900만원 등이다. 평균 23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으면 4000만원이 넘는 전기차도 2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혜택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환경부는 올해 말까지 전기차 구입자에게 완속 충전기를 지급한다. 단독 주택에 살면 바로 충전소를 만들 수 있고 아파트 거주자는 주민들의 동의를 받아 주차장에 충전기를 설치할 수 있다.

세금도 감면받는다. 전기차를 사면 140만원 한도 내에서 취득세를 덜 내고 차 구입 시 의무적으로 매입해야 하는 도시철도채권(200만원 한도)도 사지 않아도 된다.

BMW i3 월박스 충전
BMW i3 월박스 충전
무엇보다 예년에 비해 올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전기차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사실이다. 실제 국내외 완성차 업체들이 앞다투어 전기차 신모델을 내놓고 있다. 다음달부터 국내에서 기아자동차와 독일 BMW가 순수 전기차인 쏘울 EV와 i3를 각각 판매한다. 닛산도 지난달부터 제주도에서 전기차 리프 주문을 받아 8월에 신차를 인도할 예정이다. 이미 나온 모델을 합해 모두 6종의 전기차가 고객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다.

◆전기차의 메카로 떠오른 제주


전기차 업체들은 제주도를 우선 공략하고 있다. 배터리 용량상 한 번 충전해서 달릴 수 있는 거리가 150㎞ 미만인 전기차가 주행하기 딱 좋은 곳이 제주도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제주도의 충전소 수도 500개 정도로 인프라 측면에서 가장 촘촘히 짜여져 있다.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제1회 국제 전기차 엑스포’가 제주도에서 열린 이유다.

이곳에서 전기차 업체들은 대표 모델의 장점을 적극 알렸다. 업체들은 이구동성으로 연료비 절감을 전기차의 최대 강점으로 꼽았다. 기아 쏘울 EV를 예로 들면 가솔린 차량을 탈 때보다 1년에 80%가량 연료비를 아낄 수 있을 것으로 추산됐다. 1년에 2만㎞를 운행하면 쏘울 EV의 전기요금은 평균 55만원가량인데 비해 가솔린 차량의 기름값은 320만원(L당 1800원 기준) 정도다.

기아차 레이
기아차 레이
기아차는 연료비 외에 한 번 충전해서 최대한 갈 수 있는 거리를 강점으로 내세웠다. 기아 쏘울 EV는 1회 충전으로 148㎞까지 갈 수 있다. 기아차는 또 배터리 같은 핵심 부품을 10년(또는 16만㎞)간 무상 보증을 해주는 점도 장점으로 들었다. BMW는 최고 170마력의 힘으로 빠르게 속도를 올릴 수 있는 점을 강조했다. 한국GM의 스파크 EV는 토크가 좋아 오르막에서 밀리지 않는 점이 장점이었다. 르노삼성의 SM3 Z.E는 유일한 준중형급 전기차인 데다 충전없이 배터리를 재빨리 교체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닛산 리프는 완속 충전 시간이 짧다는 점에서, 기아 레이는 가격 면에서 각각 후한 평가를 받았다.

업체 간 경쟁으로 올해는 어느 때보다 전기차 시장이 뜨거울 것으로 예상되지만 풀어야 할 과제도 있다. 전체 보조금 규모를 늘리는 게 최우선 관건이다. 현재 환경부와 지자체 예산 때문에 전기차를 사는 사람 모두에게 보조금을 줄 수 없는 상황이다. 보조금 당첨자만 2300만원가량의 보조금을 받아 전기차를 2000만원대에 살 수 있다. 보조금을 받지 못하면 4000만원 이상의 돈을 줘야 전기차를 구입할 수 있다.

충전 인프라를 늘리는 것도 현안이다. 작년 말까지 전국에 1962곳(급속 170기, 완속 1792기)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했지만 여전히 부족하다는 지적이 많다. 특히 고속도로나 국도에 전기차 충전소가 거의 없어 제주도 외의 지역에선 시내 출퇴근 용으로만 전기차를 써야 한다.

이기상 현대자동차 환경기술센터장(전무)은 “전기차 이용자의 80%가량이 하루에 50㎞ 미만을 주행하고 있지만 전기차로 수백㎞를 가고 싶어하는 사람도 있어 앞으로 전기차 배터리 용량을 다양하게 개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