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권에 대처하는 개미들의 자세, 좁아진 '스트라이크존' 관통하려면…
코스피지수가 올 들어 3개월 내내 100포인트의 비좁은 박스권에 머물고 있다. 지난 7일의 고점(1983.53)과 지난달 4일의 저점(1885.58) 간 격차는 97.95포인트에 불과했다. 역사상 가장 좁은 박스권이었다는 작년(279포인트)과 비교해도 변동폭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 전문가들은 박스권 하단을 무너뜨릴 대형 악재가 없었고, 거꾸로 상단을 뚫고 올라갈 동력도 못 찾았기 때문으로 분석했다.

◆‘스트라이크’ 넣기 힘들어진 투자자

코스피지수는 25일 0.22%(4.30포인트) 떨어진 1941.25로 마감했다. 올 들어 57거래일 동안 1% 이상 지수가 등락한 날은 10거래일에 불과했다. 이 중 5거래일은 ‘급락장’이 연출된 1월에 집중됐다. 오현석 삼성증권 주식전략팀 이사는 “상승이 예상되는 종목을 사들이고 떨어질 것 같은 종목은 선물로 매도하는 롱쇼트펀드, 가치주펀드로 자금이 집중돼 박스권이 고착된 측면도 있다”고 말했다.

시장은 ‘호재’를 지닌 일부 개별 종목들만 짧은 기간 크게 등락하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증권정보 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 2월 10% 이상 오른 유가증권시장 상장 135개 종목 중 21개 종목(15.56%)이 1월엔 5% 이상 하락했다. 1월에 19.31% 떨어졌다가 2월(28.46%), 3월(-9.31%·21일 기준) 등 매달 다른 방향으로 널뛰기한 NHN엔터테인먼트 같은 종목도 적지 않았다. 박연채 키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개별 종목이 너무 빨리 극단적으로 움직인 탓에 일반투자자는 물론 전문 펀드매니저도 대응하기 힘들다”고 평했다.

증시 방향성을 예측하기 어려워지면서 레버리지(지수의 두 배만큼 등락)와 인버스(지수와 반대로 등락) 상장지수펀드(ETF)의 회전율도 뚝 떨어졌다. 거래가 많이 줄었다는 얘기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레버리지 ETF 중 가장 거래량이 많은 KODEX레버리지의 지난 1~24일 주식 회전율은 162.52%였다. 435.27%였던 지난해 3월의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3월 747.45%에 달하던 인버스ETF 회전율도 1년 만에 385.96%로 떨어졌다.

실적개선주·블루칩 장기투자 바람직

증시 전문가들은 좁은 박스권에서 종목별로 급변하는 장에 대응하기 위해선 실적개선 여부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종목을 기준 삼아 철저히 옥석을 가려야 한다고 권했다. 조익재 하이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이익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은행주와 자동차주, 성장성이 클 것으로 보이는 소프트웨어주 등이 비교적 안전한 선택이 될 것”이라며 “실적 부진 등으로 집중적인 매도 대상이 됐던 화학·조선·건설주도 PBR 측면에서 매력이 생겨 단기적인 반등을 기대해볼 수 있다”고 했다.

서동필 IBK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정부 정책 수혜가 기대되거나 글로벌 화두가 되는 업종에 관심을 두는 게 좋다”며 “환경오염 관련주인 코웨이와 일진전기, 부동산정책 관련주인 한샘, KCC 등을 주목한다”고 말했다.

빠른 개별 종목 움직임에 대응하기 힘든 만큼 장기적 관점에서 저평가된 우량종목 투자로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김동욱/송형석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