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으로 내려간 기업은 하나같이 상상할 수도 없는 규제 탓에 기업활동 자체가 불가능할 지경이라고 호소한다. 지방에 발을 내딛는 그 순간부터 사방에서 서로 뜯어먹겠다고 덤벼드는 통에 기업은 그야말로 만신창이가 되고 만다. 조례 등이 남발되면서 늘어난 지방규제가 중앙규제보다 무려 3배 이상이나 많다는 실정이다. 오죽하면 헌법보다 더 무서운 게 조례라고 할 정도다. 이래 놓고 어떻게 기업더러 지방으로 오라고 할 수 있나.

웬만한 인내심을 가진 기업이 아니고선 도장받는 일만으로도 나가떨어질 판이다. 지방자치단체가 법대로 도장을 찍어주느냐 하면 그것이 아니다. 가는 곳마다 주민들의 도장을 받아야 한다. 당연히 도장값을 내야 한다. 온갖 요구조건이 쏟아진다. 할인매장 하나 들어설 때도 그 지방의 쌀 주류 등의 우선 구매를 강요하거나 발전기금을 요구하는 일이 허다하다. 부동산 인·허가위원회를 잔뜩 만들어 놓고 사업비의 30%를 기부채납하라는 억지도 난무한다. 기업은 부자니 그저 뜯어먹자는 것이다.

궁지에 몰린 기업이 행정 소송을 걸어보지만 별 소용이 없다. 1심에서 승소하더라도 지자체는 눈 하나 깜박하지 않는다. 오히려 항소로 괴롭히며 해볼 테면 해보라는 식이다. 심지어 행정심판위원회가 “막연한 법규 해석은 안된다”는 판단을 내려도 막무가내다. 지자체만이 아니다. 정체도 불분명한 온갖 시민단체 등쌀에 시달려야 한다. 귀농인에게도 돈을 내라고 하는 마당에 기업은 오죽하겠나. 한마디로 조폭은 저리 가라다.

이는 정치권이 균형발전을 들고 나왔을 때부터 이미 예고됐던 일이다. 말이 균형발전이지 소위 떼거리즘에 대한 면허증이 된 지 오래다. 수도 분할 요구만 해도 정치인의 표 계산과 지방 토호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미국 지자체들은 기업 유치를 위해 규제 철폐 경쟁에다 더 잘해주지 못해 안달이라는데 우리 지자체는 규제 폭탄에다 기업을 뜯어먹지 못해 난리다. 이러니 지방으로 가느니 차라리 이 땅을 떠나겠다는 기업이 줄을 선다. 언제까지 조선시대적 퇴행성에 매달릴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