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바람' 경매시장…'바람잡이 낙찰' 경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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컨설팅사, 낙찰돼야 수수료 수입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 불러
의뢰인 '무조건 낙찰'받게 해
2·3등 입찰자는 직원 동원
근소한 가격差 베팅해 의심 줄여
시세보다 훨씬 높은 가격 불러
의뢰인 '무조건 낙찰'받게 해
2·3등 입찰자는 직원 동원
근소한 가격差 베팅해 의심 줄여
경매 전문 변호사 K씨는 ‘경매 바지 세우기’로 피해를 본 고객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다. 바지 세우기란 경매컨설팅업체 직원이 고가 낙찰에 대한 의뢰인의 책임 추궁을 피하기 위해 들러리를 내세우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1억500만원을 써내 낙찰받으면서 들러리가 근소하게 낮은 1억원 정도를 써내 2등을 하도록 하는 것이다. K변호사 고객은 시세보다 높게 아파트를 낙찰받은 것을 뒤늦게 알고 컨설팅회사 직원을 고소했다. 조사 결과 컨설팅업체 직원이 3등까지 들러리를 세운 것으로 드러났다. 1·2·3등의 필적이 같아 바지 세우기 행위를 적발할 수 있었다.
◆바지 세우기 기승
25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법원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바지 세우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은 바지 세우기 피해 신고가 많아짐에 따라 응찰가격을 3등까지 취재해 공개하기로 했다. 2등 들러리 세우기가 만연하고 있어서다. 2등 들러리를 세웠을 때 1·2등 가격 차는 근소하지만 3등은 크게 낮은 경우가 많다. 3등까지 공개하면 들러리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 초보자들이 주로 바지 세우기에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실채권(NPL) 투자자들의 바지 세우기도 새롭게 등장했다. NPL을 매입한 투자자는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이를 직접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 잔금 납부를 대출에 의존하는 투자자의 경우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들러리를 세운다. 1·2등 응찰가격 차이가 너무 크면 금융회사가 담보가치를 낮게 잡아 돈을 적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NPL을 파는 유동화회사 일부 직원들이 매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매수자에게 바지 세우기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들러리 수법도 진화 중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바지 세우기 유혹에 빠지는 것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다. 경매 컨설턴트는 통상 감정가격의 1%나 낙찰가격의 1~2%를 수수료로 받는다. 문제는 낙찰이 안 되면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높은 가격을 써서라도 낙찰을 유도하는 이유다.
최근 경매 컨설팅업체들이 대형화되면서 바지 세우기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컨설팅업체 직원이 2~3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수십명의 컨설턴트를 고용한 업체가 많이 생겼다.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인 김재권 변호사는 “서울에는 수십개, 대구 같은 지방 대도시에는 5개 안팎의 대형 경매컨설팅 회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이 저인망식으로 입찰 대행 시장을 싹쓸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바지 수법은 진화하고 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2등뿐만 아니라 3·4등까지 들러리를 세우는 곳도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카페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뢰인이 시세 정도는 직접 조사해 일정 가격 이상 써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변호사사무실 등 믿을 만한 곳에 입찰대리를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
◆바지 세우기 기승
25일 경매업계에 따르면 법원 경매시장이 활기를 띠면서 바지 세우기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경매정보업체인 지지옥션은 바지 세우기 피해 신고가 많아짐에 따라 응찰가격을 3등까지 취재해 공개하기로 했다. 2등 들러리 세우기가 만연하고 있어서다. 2등 들러리를 세웠을 때 1·2등 가격 차는 근소하지만 3등은 크게 낮은 경우가 많다. 3등까지 공개하면 들러리 여부를 쉽게 알 수 있게 된다. 강은 지지옥션 팀장은 “경매 초보자들이 주로 바지 세우기에 당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부실채권(NPL) 투자자들의 바지 세우기도 새롭게 등장했다. NPL을 매입한 투자자는 담보로 잡은 부동산을 경매에 부쳐 이를 직접 낙찰받는 경우가 많다. 잔금 납부를 대출에 의존하는 투자자의 경우 최대한 많은 대출을 받기 위해 들러리를 세운다. 1·2등 응찰가격 차이가 너무 크면 금융회사가 담보가치를 낮게 잡아 돈을 적게 빌려주기 때문이다. 강은현 EH경매연구소 대표는 “NPL을 파는 유동화회사 일부 직원들이 매각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매수자에게 바지 세우기를 권하는 경우도 있다”고 지적했다.
◆들러리 수법도 진화 중
컨설팅업체 직원들이 바지 세우기 유혹에 빠지는 것은 수수료를 받기 위해서다. 경매 컨설턴트는 통상 감정가격의 1%나 낙찰가격의 1~2%를 수수료로 받는다. 문제는 낙찰이 안 되면 수수료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높은 가격을 써서라도 낙찰을 유도하는 이유다.
최근 경매 컨설팅업체들이 대형화되면서 바지 세우기는 더욱 늘어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몇 년 전만 해도 컨설팅업체 직원이 2~3명인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최근엔 수십명의 컨설턴트를 고용한 업체가 많이 생겼다. 수수료를 많이 받아야 회사를 유지할 수 있는 구조가 된 것이다. 부동산 전문인 김재권 변호사는 “서울에는 수십개, 대구 같은 지방 대도시에는 5개 안팎의 대형 경매컨설팅 회사들이 활동하고 있다”며 “이들이 저인망식으로 입찰 대행 시장을 싹쓸이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바지 수법은 진화하고 있다. 의심을 피하기 위해 2등뿐만 아니라 3·4등까지 들러리를 세우는 곳도 등장했다는 설명이다. 또 손님을 끌어모으기 위해 카페 블로그 홈페이지 등을 활용하는 곳도 적지 않다. 최광석 로티스합동법률사무소 변호사는 “의뢰인이 시세 정도는 직접 조사해 일정 가격 이상 써내지 못하도록 하거나 변호사사무실 등 믿을 만한 곳에 입찰대리를 맡길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조성근 기자 trut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