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태영 현대카드 사장, 팬택과 손잡은 진짜 이유는…
정태영 현대카드 사장(사진)은 요즘 ‘브루클린(Brooklyn) 프로젝트’에 꽂혀 있다. 팬택이 만드는 스마트폰에 현대카드가 디자인을 입히는 프로젝트다. ‘공장지대에서 활기차고 유행을 선도하는 곳으로 변모한 뉴욕의 브루클린처럼 팬택폰을 새롭게 변모시키자’는 의미로 정 사장이 직접 작명했다고 한다.

두 회사는 내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지난 11일 양해각서(MOU)를 맺었다. 개발비용만 팬택이 부담할 뿐 현대카드에 돌아오는 건 없다.

아무리 혁신적 디자인으로 유명한 현대카드라지만, 대가도 없이 스마트폰 디자인에 매달리는 것은 금방 이해되지 않는다. 그런데도 “팬택이기 때문에 한번 해보기로 했다”는 정 사장은 기대에 넘쳐 있다. 도전정신으로 똘똘 뭉친 두 회사가 만나 어떤 작품을 내놓을지 벌써부터 설렌다고 한다.

하지만 정 사장이 단순히 혁신적 디자인을 과시하기 위해 브루클린 프로젝트에 뛰어든 건 아니다.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속뜻이 담겨 있다. 최근 모바일을 통한 카드 사용은 급속히 늘고 있다. 모바일 앱(애플리케이션) 카드의 하루 평균 결제액은 작년 9월 10억원에서 12월에는 95억원으로 급증했다. 이런 추세라면 모바일 앱카드를 선점하는 카드사가 시장을 주도할 수밖에 없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스마트폰에 디자인을 입히다 보면 자연스럽게 모바일 환경에 녹아들 수 있다는 게 정 사장의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를 통해 다양한 모바일 결제 관련 앱을 개발하고 활성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보면 브루클린 프로젝트는 혁신적 디자인으로 팬택에 도움도 주고 모바일 결제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정 사장의 포석인 셈이다.

이지훈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