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라이프] 기업 경쟁력 회복하려면 장기 유대관계 맺는 사람들에게 경영과 지배시스템 맡겨라
일본은 1990년대 중반 디플레이션 상황 속에서 장기간 명목임금이 떨어졌다. 기업들은 파트타임 근로자 등 비정규 직원을 늘리는 대신 정규 직원을 줄이는 쪽으로 노무정책을 펼쳤다.

‘경영은 누구의 것인가’는 이런 정책으로 인해 일본이 안정된 노사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됐다고 지적한다. 그러면서 일본 기업의 경쟁력을 구축해 온 기초 중 하나도 함께 무너졌을 수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한다. 저자인 가고노 다다오 씨는 전 고베대 경영학과 교수로 장수기업 연구가로 유명하다.

경제학자들은 시장 진입과 퇴출 장벽을 없애고 노동유연성을 촉진하는 것이 기업 경쟁력을 회복하고 일본 경제의 성장을 가져다 준다고 말한다. 하지만 저자의 생각은 다르다. 가고노 전 교수는 과거 일본식 경영을 지탱해온 ‘장기 연대주의’를 재정립하는 것이 기업경쟁력 회복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기 연대주의’는 기업과 장기적인 유대 관계를 가진 사람들에게 기업의 경영과 지배를 맡기는 시스템을 말한다. 주식의 상호보유, 주채권 은행의 존재, 일본식 고용제도 등이 장기 연대주의의 바탕이다. 그러나 최근 도입된 주주대표소송제도를 비롯한 금융과 기업지배구조 개혁이 장기적인 유대관계를 훼손하고 있다고 저자는 지적한다.

저자는 “이로 인해 일본 기업은 강력한 전략을 펼칠 능력을 잃어가고 있으며 투자하지 않고 내부유보를 중시하기 시작했다”고 꼬집었다. 또 노무 정책의 악화가 직장문화를 황폐화하면서 직원과 기업의 일체감이라는 일본 기업 고유의 강점을 살릴 수 없게 됐다고 말한다.

이 책은 장기적인 유대관계를 재평가하고 현재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정부의 노력을 촉구하고 있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해 기업가치를 높이는 쪽에 중점을 둬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은 장기적인 주주가 될 수 있는 조직이나 개인을 찾아 신뢰 관계를 강화해야 하며, 주주도 장기적 관점에서 기업을 바라볼 것을 주문한다. ‘일본식 경영’의 의미를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한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