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의 규제개혁이 자칫 ‘이벤트’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영평 서울대 초빙교수(전 대구대 행정대학원장)는 25일 서울대 행정대학원 주최로 열린 ‘정책&지식 포럼’에서 “지금처럼 몇몇 사례 발굴을 통해 ‘썩은 나무 찾기’ 식으로 주어지는 규제개혁 대책은 임기응변적 이벤트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고길곤 서울대 행정학과 교수도 “규제는 ‘암 덩어리’라고 선언적으로 정의하고 사안별로만 접근하고 있어 결국 정치적 희생양을 만드는 데 그칠 것”이라고 우려를 표했다.

특히 고 교수는 김수영 시인의 ‘풀’에 빗대어 “규제개혁 바람이 불면 들풀과 같은 관료들은 일단 재빨리 눕겠지만 결국 바람보다도 먼저 일어날 것”이라며 “의원입법과 지자체 조례가 무수히 규제를 양산하는 현실에서 관료만을 희생양으로 삼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비판했다.

실질적인 규제개혁 방안으로는 독일식 ‘표준비용모형(SCM·Standard Cost Model)’이 제시됐다. 표준비용모형은 각종 법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지급해야 하는 비용을 개별비용과 전체비용으로 산출하는 것이다. 전 교수는 “표준비용모형을 도입해 시민이 규제조항에 명시된 각종 신고·보고 등 의무를 이행함으로써 발생되는 비용(행정적 부담)을 산정해봐야 한다”며 “독일 메르켈 정부가 이 방법으로 4년간 60억유로(약 9조원)를 아꼈다”고 강조했다.

이종한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위원(전 국무총리실 규제평가위원)은 “비상설 규제개혁위원회의 위상으로는 개혁을 진두지휘하기 어렵다”며 “추진역량·방법론·체계를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오형주 기자 oh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