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규제 없애라 - 한경 기업 신문고] "테슬라 배터리공장 모셔오자"…美 남부 4개州 '규제와의 전쟁'
애리조나 텍사스 네바다 뉴멕시코. 사막을 끼고 있는 미국의 4개 주정부가 규제 철폐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전기차 업체 테슬라가 지난달 말 배터리제조 공장 후보지로 이들 4개주를 선정하자 “우리가 최적의 후보지”라며 각종 규제를 푸는 동시에 세금감면 등 인센티브를 앞다퉈 내놓고 있다.

테슬라의 리튬이온배터리 공장은 투자규모가 50억달러(협력업체 30억달러 포함)로, 테슬라의 직접 고용창출 규모만 6500명에 이르는 대형 프로젝트다. 이 공장은 주로 태양광 및 풍력으로 전기를 공급할 예정이다. 태양광 패널과 풍력 터빈의 입지 조건을 잘 갖춘 곳이 이들 4개주다.

테슬라가 후보지를 발표하자 애리조나주와 텍사스주엔 비상이 걸렸다. 기존 법을 고치지 않으면 공장을 유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테슬라는 전기차를 딜러를 통하지 않고 직접 판매하는데 애리조나와 텍사스주는 직판을 법으로 금지하고 있다. 테슬라는 직판 허용을 공장설립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다.

애리조나가 먼저 움직였다. 주의회 상원은 이달 초 전기자동차에 한해 직판을 허용하는 법안을 통과시켰고 하원에 넘겼다. 자동차 딜러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주의회는 고용창출 등 경제적 효과를 보고 규제를 풀기로 한 것이다. 애리조나가 나서자 텍사스주도 부랴부랴 규제 철폐에 시동을 걸었다. 릭 페리 텍사스 주지사는 최근 폭스TV와의 인터뷰에서 “테슬라 공장이 다른 주에 세워지는 것을 보는 주지사의 심정이 어떻겠냐”며 주의회에 직판 금지 규제를 풀 것을 요구했다. 지난해 직판을 허용하는 법안이 주의회에 상정됐지만 자동차 딜러들의 반대 등으로 통과되지 못했다.

네바다와 뉴멕시코주도 세제 혜택, 직업훈련소 등 인센티브 패키지안을 마련해 공장유치 경쟁에 들어갔다. 각 주는 2억~4억달러 규모의 보조금과 3억~6억달러 규모의 세제 혜택을 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개 주정부가 마련한 인센티브는 역대 최대 규모라는 분석이다.

금융위기 여파로 미국 주정부들은 재정적자가 심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막대한 세제 혜택 등을 제공하면서 공장을 유치하려는 것은 고용창출 때문이다. 앨라배마주가 1997년 메르세데스-벤츠 공장을 유치한 뒤 현대차, 혼다, 도요타의 공장이 잇따라 들어선 것과 같은 연쇄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