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납 벌금에 대한 노역 일당(환형유치 금액)을 5억원으로 계산해 ‘황제 노역’ 논란을 일으킨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72) 사건과 관련해 대법원이 “환형유치 제도에 대해 합리적인 운영 기준을 마련하겠다”고 25일 발표했다.

대법원은 이날 “재판의 형평성에 대해 국민의 우려를 일으킨 점을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오는 28일 열리는 전국 수석부장판사회의에서 환형유치 제도에 대한 적정한 기준 마련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법원은 “이 논의를 바탕으로 각급 법원에서 형사실무연구회 등 내부 연구회를 통해 합리적인 운영 기준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허 전 회장은 508억원의 탈세를 지시하고 100억여원을 횡령한 혐의로 기소돼 2011년 광주고등법원에서 징역 2년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받았다. 선고 다음날 뉴질랜드로 도피했다가 지난 22일 귀국해 “벌금 납부 대신 노역을 하겠다”며 광주교도소 노역장에 유치됐다.

이 과정에서 항소심 재판부가 허 전 회장의 노역 일당을 5억원으로 산정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황제 노역’이라는 비판 여론이 일었다. 현행 형법에는 노역 일당에 대한 규정이 따로 없으며 노역장 유치 기간만 3년 이하로 제한하고 있다. 통상 일반인은 노역 일당이 5만원 선에서 정해진다.

이를 놓고 허 전 회장의 탄탄한 지역 법조계 인맥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뒷말도 나온다. 허 전 회장 주변엔 광주지검 차장검사를 지낸 인사와 현직 지역 판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허 전 회장의 동생도 취업사기 혐의로 기소돼 지난달 1심에서 징역 8월을 선고받았으나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풀려났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