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편제', 재미·감동·연출 '일품'…기립박수 질이 달랐다
기립 박수의 질이 달랐다. 두말할 것 없다. 단연 최고 경지의 뮤지컬이다. 이 정도면 전 세계에 떳떳하고 자랑스럽게 얘기할 수 있겠다. 한국 창작뮤지컬도 이런 수준에 달한 작품이 있다고 말이다. 공연장을 나서며 여전히 감동을 주체하지 못해 감탄사를 토해내거나 얼굴이 달아오른 관객이 많았다. 흔치 않은 일이다.

지난 25일 서울 능동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된 뮤지컬 ‘서편제’는 그동안 성장과 발전을 거듭해온 한국 뮤지컬의 한 정점을 보는 듯했다. 이전까지 다른 창작 대형 뮤지컬에서 볼 수 없었던 극적 짜임새와 재미, 감동, 예술성을 완성도 높게 구현한 무대였다.

임권택 감독, 오정해 주연의 영화로 유명한 이청준 원작 소설을 조광화 대본·작사, 윤일상 작곡, 김문정 음악, 남수정 안무, 박동우 무대디자인, 이지나 연출로 무대화했다. 2010년 초연, 2012년 재연에 이어 이번 공연이 세 번째 제작이다. 이날 공연 캐스팅은 송화 역에 이자람, 유봉 역에 양준모, 동호 역에 마이클 리였다.

‘공연은 진화한다’는 명제와 달리 정체되거나 오히려 퇴행하는 공연이 적지 않다. 뮤지컬 ‘서편제’는 진화한 듯했다. 이지나 연출이 프로그램북에 “이번에는 더 이상의 수정 없이 ‘이 작품의 완성이다’라고 생각하며 모두 작업했다”고 쓴 대로 작품은 완성돼 보였다.

대본 노래 연주 안무 무대디자인 영상 등 공연을 이루는 각각의 요소가 모두 뛰어나지만 감탄할 만한 것은 이 모든 걸 조화시켜 유기체와 같은 극을 만들어내는 연출의 솜씨다.

연출은 무대를 가지고 놀 줄 안다. 세트 조명 영상 장치 등을 능수능란하게 활용해 이야기를 풀어 전달하고, 주제를 시청각으로 형상화하는 힘이 대단하다. 강약과 완급 조절이 기가 막히다. 이를 통해 아버지 유봉과 의붓남매인 송화와 동호, 이 세 사람 각자의 ‘한 많은 소리 인생’을 무대에 오롯하게 펼쳐낸다.

퍼포먼스도 훌륭하다. 한 맺힌 절규를 소리로 승화시키는 소리꾼 이자람은 ‘대체 불가’로 보였고, 양준모와 마이클 리의 탁월한 가창과 열연도 인상적이었다. 앙상블의 춤과 연기도 빼어났고, 김문정 음악감독이 이끄는 ‘더 M.C 오케스트라’ 연주도 최고였다.

다만 공연 초반이어서 그런지 불안정한 음향과 재미동포 마이클 리의 아직은 어색한 한국어 대사와 북 치는 모습 등은 ‘옥에 티’였다. 1막 음량이 듣기 좋았는데 2막 들어 음량이 갑자기 커졌다. 귀에 부담스럽지 않으며 음악 자체의 힘을 느끼고, 배우들의 가창 실력을 판단하기에는 1막의 음량이 알맞다. 공연은 오는 5월11일까지. 5만~11만원.

송태형 기자 toughl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