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요 상장사들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이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보다 30%가량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 상장사 10곳 중 6곳 이상이 영업이익이 컨센서스보다 10% 이상 낮은 ‘어닝쇼크’ 판정을 받았다. 순이익 컨센서스는 실제 실적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애널 '헛다리' 전망에 투자자 또 뒤통수

○상장사 3분의 2가 어닝쇼크

26일 삼성증권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한국지수에 포함된 상장사 중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98개사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은 21조990억원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말 기준 전망치 평균인 29조7640억원을 29% 밑돈다. 삼성전자를 제외한 97개사만 따로 계산하면 전망치와 실제 실적의 괴리율이 35%로 늘어난다. 순이익 컨센서스는 추정치라고 하기도 민망한 수준이다. 증권사들의 예상은 23조5970억원이었지만 실제 순이익은 11조10억원뿐이다.

국내 증시를 대표하는 시가총액 상위종목도 줄줄이 ‘어닝쇼크’를 기록했다. 10조2030억원이 기대된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8조3110억원에 그친 것을 필두로 현대자동차(괴리율 -10.4%), 포스코(-10.6%), 네이버(-38.6%) 등이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았다.

김동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턴어라운드가 기대됐던 조선, 건설, 증권 등의 업종이 ‘무더기 적자’를 낸 데다 삼성전자, 현대차 등 시총 상위 종목까지 흔들리면서 컨센서스와 실제 실적 간 차이가 벌어졌다”고 설명했다.

후한 추정치가 무더기 어닝쇼크로 이어진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12년 4분기에도 영업이익 괴리율이 -30.3%, 순이익 괴리율이 -43.2%에 달했다. 한 증권사의 투자전략팀장은 “4분기는 기업들이 숨겨진 부실을 장부에 반영하는 시기여서 다른 분기보다 실적 추정이 힘들다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면서도 “연말연시를 맞아 증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추정치를 장밋빛으로 만드는 측면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거품’ 빠진 대형주


4분기에 체면을 구긴 증권사들은 올 1분기 실적 추정치를 빠르게 하향 조정하고 있다. 에프앤가이드가 컨센서스가 있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17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말 32조3020억원에 달했던 올 1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는 26일 28조8640억원으로 10.64% 내려왔다.

전문가들은 상장사들이 지난해 4분기 대거 부실을 털어냈고 대형주들의 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낮아진 지금이 투자 적기일 수 있다고 조언한다.

윤지호 이트레이드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형주들의 현재 주가는 누적됐던 잠재 부실, 중국 경기 악화 우려 등의 악조건이 모두 반영돼 있다고 봐야 할 만큼 싼 편”이라며 “중소형주에서 대형주로 투자 포트폴리오를 조정할 만한 시기가 왔다”고 진단했다. 약세를 보였던 대형주들이 26일 삼성전자가 3.05%, 현대차가 4.52% 반등한 것을 계기로 저평가 국면을 벗어나기 시작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