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가족력을 가진 서른네살의 직장인 문모씨는 지난해 대장내시경 검사를 받았다. 이 때 5mm 크기 용종이 발견돼 제거 수술을 했다. 그러나 제거 용종이 조직검사를 통해 악성용종 (암)인지 여부를 판명하는데 길게 1주일 정도 걸린다는 말을 듣고선 초조한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문모씨가 내시경 검사뒤 이처럼 걱정하며 보내야 할 기간이 수년 내 사라질 전망입니다. 내시경을 하면서 곧바로 조직의 상태 (암세포, 정상세포, 염증세포)를 파악할 수 있는 첨단 초소형 현미경이 국내 기술로 개발됐습니다.

KAIST는 3월 27일 바이오 및 뇌공학과 정기훈 교수 연구팀이 내시경에 장착해 실시간 조직검사를 할 수 있는 초소형 현미경을 개발하고 관련 논문을 광학분야 세계적 학술지인 ‘옵틱스 익스프레스(Optics Express)’ 온라인판에 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현미경은 지름이 3.2mm에 불과하고 1초당 20프레임의 속도로 3mm 깊이까지 3차원으로 스캔할 수 있는 게 특징입니다. 또 최소한도의 식별능력을 말하는 ‘분해능’이 100μm (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미터) 머리카락 두께의 6분의 1에 불과한 17μm의 정확도로 암세포, 정상세포, 염증세포를 구별할 수 있다고 정기훈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연구팀은 이 기술로 고려대병원, 국내 굴지의 한 내시경업체와 함께 올해 안에 동물실험을 진행하고 수년 내 임상실험에도 들어갈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KAIST측은 이 기술 개발로 △1초 내 조직검사를 하고 △불필요한 조직검사 횟수를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점막절제술 시 정확한 위치에 대한 시술이 가능해져 합병증을 감소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특히 높은 기술을 앞세워 일본의 업체들이 장악하고 있는 전 세계 내시경 장비 시장을 뚫을 수 있을 것이라는 업계의 관측입니다.
정기훈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기존 내시경 조직검사는 ‘의심이 가는’ 병변 부위를 자른 뒤 현미경으로 조직검사를 수행 합니다. 때문에 실시간 진단이 불가능합니다. 또 조직검사 과정에서 세포에 대한 염색을 해야 해 시간이 오래 걸리고 정확도도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는 것입니다.

과학계는 이런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물리적 절개 없이 실시간으로 조직을 진단하는 광간섭단층촬영술 (OCT)같은 차세대 영상기법을 내시경에 붙이는 연구를 활발하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의 핵심은 지름 11mm인 소화기 내시경에다가 최신 영상 기술을 가진 지름 3.5mm내의 초소형 현미경을 구현할 수 있는가가 꼽히고요.

최근 이 분야 연구 동향을 보면 압전소자와 광섬유를 이용해 직접 스캐닝하는 방식이 주류라고 합니다. 하지만 광섬유 스캐너의 경우 대칭적 구조를 가진 광섬유에서 발생되는 물리적인 간섭 현상에 매우 취약하다는 게 정기훈 교수 연구팀의 지적입니다. 임상용 의료내시경 개발에 한계가 따른다는 분석입니다.

KAIST 연구팀은 “이번에 미세전자기계기술 (MEMS)을 이용해 이 문제점을 해결했다”고 말했습니다. 우선 광식각 공정과 심도반응성 이온기술을 활용해 미세 실리콘 보조 구조물을 제작했습니다.

이를 광섬유와 결합해 구동특성을 바꿈으로써 간섭 현상을 없애고 광섬유 스캐너의 안정성도 높였고요. 스캔 패턴을 변화시켜 시간에 따라 연속으로 해상도를 높이는 이미지 복원방법을 구현했다는 게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정기훈 교수는 “그 결과 관찰 부분의 3차원 구조를 최소 0.5초 내 측정할 수 있었을 뿐 아니라 스캔 시간을 늘림으로써 훨씬 더 정밀한 이미지도 확보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미지설명 = KAIST 제공, 사진 맨 위는 A=내시현미경의 광간섭단층촬영 이미지 B,C,D=개략적인 전체 구조의 파악 후 시간에 따라 정밀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음. E,F=제작된 내시현미경을 통해 0.5초간 측정한 동물조직의 3차원 단층 이미징. 아래는 개발시스템의 모식도,]

한경닷컴 뉴스국 윤진식 편집위원 js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