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 등 5개銀 '스트레스 테스트' 불합격
씨티그룹과 HSBC RBS 등 5개 은행이 미국 중앙은행(Fed)이 실시한 ‘스트레스 테스트(stress test·금융위기 등 최악의 상황에서 얼마나 견딜 수 있는지 판단하는 재무건전성 조사)’에서 불합격 판정을 받았다.

자이언스뱅코프를 제외하곤 Fed가 정한 최저 기본자본 비율 5%를 넘겼지만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본운용 능력이 취약하다고 판단해 이들 금융회사의 배당증액과 자사주 매입 확대를 승인하지 않았다.

◆90일 이내 자본운용계획 다시 제출

Fed는 26일(현지시간) 30개 대형 은행에 대한 스트레스 테스트 최종 결과를 발표하면서 씨티그룹 자이언스뱅코프 등 2개 미국 은행과 HSBC RBS 산탄데르 등 3개 외국계 은행 미국 자회사의 자본운용 계획을 거부했다. 자본운용 계획을 승인받지 못한 이들 은행은 90일 이내 자본계획을 다시 제출해 승인받아야 하며 그때까지 배당과 자사주 매입 규모를 전년보다 늘릴 수 없다.

월가는 씨티그룹의 불합격을 ‘이변’으로 보고 있다. 미국의 5대 대형 은행 가운데 혼자 ‘퇴짜’를 맞았을 뿐만 아니라 기본자본 비율이 6.5%로 5대 은행 중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Fed는 씨티그룹에 대해 “글로벌비즈니스 전반에 대한 자본계획의 신뢰성이 떨어진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씨티그룹 멕시코법인에서 직원이 연루된 4억달러의 사기대출이 터지면서 순이익이 2억달러 줄어든 게 빌미가 됐다는 게 월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씨티그룹은 이번에 자사주 매입 규모를 64억달러로 작년(12억달러)보다 433% 늘리고, 배당은 주당 20센트로 전년(4센트)보다 다섯 배 늘리겠다고 제시했다. Fed 발표 후 배당계획 등이 물거품되자 주가는 장외시장에서 5% 넘게 급락했다.

Fed가 씨티그룹 배당에 제동을 건 것은 금융위기 때 450억달러의 공적자금을 수혈받은 ‘이력’과 무관하지 않다. 재닛 옐런 Fed 의장은 “대형 은행들은 정부가 파산에 이르게 하지 않을 것이라는 인식 아래 이득을 취하고 있다”며 대마불사 관행을 없애기 위한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여러 차례 강조해 왔다.

◆Fed, 외국 은행 첫 규제

Fed는 이번에 처음으로 외국 은행에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해 세 곳을 불합격시켰다. HSBC RBS 산탄데르 등 유럽계 은행이다. 이들도 기본자본 비율은 모두 기준치 5%를 훌쩍 넘었지만 지배구조, 내부통제, 리스크관리 능력 등 질적 기준을 통과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Fed의 이 같은 조치는 유럽에서 영업하고 있는 미국 은행에 대한 유럽 금융당국의 보복조치를 불러오는 등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워싱턴=장진모 특파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