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무총리실이 27일 실시한 내부 인사에서 실·국장이 함께 일할 주요 과장을 직접 지명하는 인사 드래프트제를 도입했다. 이는 총리실 사상 처음이며 관가 전체에서도 전례를 찾기 힘들 만큼 파격적인 것이어서 주목된다. 김동연 국무조정실장(장관급)이 ‘인사 실험’을 주도했다.

총리실에 따르면 인사 드래프트제는 69개 본부 과장(팀장 포함) 직위 가운데 핵심 과장 16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각 실·국의 총괄과장 10명과 의전과장, 공공갈등관리지원관, 공직복무기획과장, 인사과장, 총무과장, 법무감사 6명이다.

인사는 우선 1급 실장과 2급 국장이 함께 데리고 일하고 싶은 과장 3명을 1, 2, 3순위로 적어내고 이를 토대로 실·국별로 일부 조정을 거친 뒤 김 실장이 최종 후보를 낙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를 통해 대다수 실·국장이 원하는 과장과 함께 일하게 됐다고 총리실은 밝혔다.

손동균 총리실 인사과장은 “이런 방식을 통해 16개 핵심 과장 자리 가운데 87%인 14개 자리가 각 실·국장이 희망하는 과장으로 채워졌다”고 말했다.

총리실은 드래프트제에 대해 실·국장과 소속 과장이 업무 성과와 책임을 공유하는 책임인사를 구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국장들이 직접 함께 일할 과장을 추천해야 하기 때문에 연공서열이나 학연, 지연 등의 인사 관행에서 벗어나 실력 위주로 최적의 후보를 추천했다는 것이다.

손 과장은 “그동안에도 인사철에 실·국장이 주요 보직 과장을 추천한 적이 있지만 모두 암묵적인 추천이거나 비공식적인 추천이어서 어떤 룰(규칙)이 적용된 적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는 실·국장이 공개적으로 ‘이 과장과 함께 일하고 싶다’고 적어냈고 그 의견이 반영됐다는 게 차이점”이라고 덧붙였다.

총리실은 인사 드래프트제의 성과를 봐가며 나머지 과장급 인사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이날 총리실 인사에서는 주요 국정 과제인 규제 개혁과 ‘비정상의 정상화’ 개혁을 위해 조직 개편을 단행한 게 특징이다. 규제조정실에 규제정책과가, 정부업무평가실에 정상화과제총괄과가 신설됐다. 신규 인력 증원없이 기존 인력을 재배치했다.

■ 드래프트

draft. 직장에서 상사가 함께 데리고 일할 부하 직원을 지명하는 인사 방식. 프로야구, 프로축구 등 스포츠 구단의 신인 선수 선발 방식에서 유래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