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문 같은 車 이름, 뜻은 알고 계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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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r & Joy
'알쏭달쏭' 자동차 작명의 비밀
'알쏭달쏭' 자동차 작명의 비밀


국문법이나 영문법에 어순이 있듯 차 작명법에도 순서가 있습니다. 차 이름도 ‘중요한 게 먼저 나온다’는 세상 이치를 따릅니다.
아우디의 대표 모델 중 하나인 ‘A6 3.0 TDI 콰트로’를 예로 들어보죠. 어떤 차종인지가 가장 중요할 테니 중형 세단을 의미하는 ‘A6’가 1순위로 나옵니다. 차에서 엔진이 핵심이니 3000㏄급 터보디젤 엔진을 뜻하는 ‘3.0 TDI’가 그 다음으로 나오고요. 엔진 못지않게 중요한 구동 방식인 ‘콰트로’라는 말이 다음에 등장합니다. 4륜구동이란 얘기죠. 차종에 따라 가장 뒤에 친환경 기술을 뜻하는 ‘블루모션’이나 고급 모델을 지칭하는 ‘프리미엄’이란 말이 붙죠.
이름을 알면 배기량이 보인다
차 이름엔 배기량을 알 수 있는 정보가 대부분 들어갑니다. 요즘 대세로 통하는 쿠페 모델을 예로 들죠. 벤츠코리아가 지난 11일 내놓은 ‘더 뉴 CLS 63 AMG 4매틱’에서 ‘더 뉴’는 신형이라는 뜻이고요, ‘CLS’는 고급 4도어 쿠페임을 알려주는 모델명입니다. 그 다음 엔진명 대신 6300㏄급이라는 걸 ‘63’이라는 숫자로 보여줍니다. 최근 들어 엔진 배기량을 줄이면서 출력과 연비는 높이는 다운사이징 영향으로 6300㏄짜리 엔진이 5500㏄로 작아졌지만 이름은 63을 그대로 씁니다. 이젠 더 이상 숫자가 배기량과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점도 알아두는 게 좋겠네요.
다음 나오는 ‘AMG’는 벤츠 특유의 고성능 엔진 사양을 뜻합니다. 창립자 한스 베르너 아우프레흐트(A)와 에르하트 메르헤(M), 그리고 회사가 설립된 도시인 그로바샤(G)의 앞글자를 따온 거죠. 마지막에 나오는 4매틱은 4륜구동을 뜻합니다. BMW도 배기량을 차 이름에 꼭 넣습니다. 지난달 국내에 출시한 ‘뉴 428i 컨버터블 M 스포츠 에디션’에서 ‘4’는 차 종류가 쿠페임을 보여주는 거고요, ‘28’은 BMW 5시리즈의 2000㏄급 중 최고 사양의 모델을 얘기합니다. 컨버터블은 아시다시피 차 지붕을 접었다 폈다 할 수 있는 모델이고요. 벤츠에 ‘AMG’가 있다면 BMW엔 ‘M’이란 고성능 모델이 있죠.
동음이의어와 이음동의어

발음은 달라도 같은 뜻을 품고 있는 단어도 꽤 있습니다. 특히 럭셔리 같은 최상급 모델을 의미하는 이름이 가장 다양합니다. 폭스바겐과 BMW는 가장 일반적인 ‘프리미엄’과 ‘럭셔리’를 각각 씁니다.
렉서스와 볼보는 ‘이그제큐티브(executive)’를 즐겨 사용하고 도요타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렉서스와 달리 ‘리미티드(limited)’를 애용합니다. 같은 계열인 재규어(포트폴리오)와 랜드로버(오토바이오그래피)도 고급 사양에서 각기 다른 이름을 택하고 있고요. 닛산 인피니티는 ‘익스클루시브’를, 아우디는 ‘프레스티지’를 쓰고 있습니다. 요즘 유행인 4륜구동은 최상급 모델만큼은 표현 방식이 다채롭진 않습니다. 앞서 나온 4매틱(벤츠)과 콰트로(폭스바겐) 외에 4WD, AWD, 4X4 정도죠. 경우에 따라선 AWD를 주행 상황에 따라 구동을 변화시키는 전자식 4륜구동의 의미로 쓰기도 합니다.

숫자에도 이음동의어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BMW 428에서 ‘428’은 ‘모델+배기량’의 조합이지만 슈퍼카의 숫자는 조금 다른 뜻입니다. 428과 숫자가 비슷한 페라리의 458은 4500㏄ 8기통을 의미합니다. 람보르기니가 지난달 첫 공개한 ‘우라칸 LP610-4’에서 ‘610-4’는 610마력의 4륜구동 차를 뜻합니다. 포르쉐의 911은 단순 모델명입니다. 원래 이름은 901이었지만 가운데 0이 들어가는 차 이름을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프랑스 푸조가 독점했기 때문에 나중에 911로 이름을 바꾼 거죠.
슈퍼카에는 아무나 쓸 수 없는 이름도 있습니다. 우리에게 영화 제목으로 익숙한 스파이더라는 단어는 어느 차에나 붙여도 될 것 같지만 엄격한 법칙이 있습니다. 바로 차 지붕이 열리는 ‘오픈카’면서 엔진이 차축 중간에 있는 ‘미드십 엔진’이어야 한다는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합니다. 이 말은 원래 슈퍼카의 본고장인 이탈리아 말인데요. 차 지붕이 열리고 엔진이 중간에 있는 슈퍼카만이 스파이더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얘기겠죠.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