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야간시위를 금지한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내려 앞으로 자정까지 시위가 가능하게 됐다. 집시법 10조는 옥외집회와 시위 금지시간을 ‘해가 뜨기 전이나 해가 진 후’라고 규정해놓고 있다. 그러나 야간집회는 2009년 헌재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사문화됐고, 이번에 야간시위까지 풀린 것이다. 다만 자정 이후의 시위 허용여부는 입법부의 판단에 맡겼다.

물론 헌재 결정은 존중돼야 한다. 헌법 21조는 집회의 자유를 명시하고, 이를 허가로 묶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따라서 집시법 10조가 야간시위를 ‘원칙 금지, 예외 허용’한 것은 진작부터 위헌 시비가 많았다. 하지만 헌법은 동시에 국민의 행복추구권과 불가침의 기본적 인권을 국가가 보장토록 명시(10조)하고 있다. 누구나 밤에 시위할 자유가 있다면 그로 인한 소음공해, 교통지옥, 영업 방해 등 피해를 당하지 않을 권리도 분명 존재하는 것이다.

국민 개개인이 누리는 자유와 권리의 한계는 타인의 권리와 맞닿는 부분까지다. 미국 연방대법원의 올리버 웬델 홈스 판사가 “내 주먹을 휘두를 권리는 상대방 코앞에서 끝난다”고 했듯이, 집회나 시위의 자유가 결코 다른 사람의 평온한 삶을 깨뜨릴 수는 없다. 집회·시위 자유는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한 허용돼서는 안 된다. 한국의 악명 높은 시위대도 해외에만 가면 얌전해지지 않는가.

한국 시위문화의 후진성은 누구도 부인하기 어렵다. 자신들의 권리 주장엔 목청을 돋우면서 타인의 권리는 짓밟기 일쑤다. 툭하면 불법·폭력시위로 치닫고, 공권력이 이를 막기는커녕 두드려맞는 일조차 다반사다. 야간시위 허용이 온 밤을 소음과 무질서로 만들어갈까 걱정된다. 헌재 재판관들은 시민의 조용한 휴식에는 관심조차 없다는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