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면에 녹여낸 디지털 시대 풍경…서양화가 양순영 씨 31일부터 한경갤러리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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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폭마다 색이 출렁이며 서로 부딪힌다. 직사각형 캔버스에 빨강 주황 파랑 녹색 등의 블록 같은 색면들이 마치 디지털 시대 풍경을 연출하는 듯하다. 색면 추상화가 양순영 씨(47)의 작품에는 언제 봐도 사색적 심기(心氣)와 묘기(妙氣)가 함께 묻어 있다.
색깔을 통해 디지털 시대 현대인들의 정신성을 구현하는 양씨가 31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색깔의 창’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근 색면 작품 27점이 선보인다.
양씨는 구상화에서 판화, 섬유예술, 추상화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으나 2008년 이후 색면 추상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극도로 응축된 구도 속에 색이 배어 나오도록 수백 번 겹겹이 칠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30년 가까이 몰두해온 작업 결과다.
초창기에는 다소 어두운 색조로 화면을 구성했지만 최근 들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밝고 선명한 색으로 가득찬 작품을 내놓고 있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 등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처럼 사물의 형태를 생략하고 간소화한 게 특징이다.
작은 화폭에 여러 가지 색이 빛을 조용히 뿜어낸다. 인물 풍경 도시경관 등을 사각의 색감으로 덮은 색면들은 현란하지만 장엄하다. 양씨는 “카오스에서 빛과 더불어 세상이 열리듯 세상을 색채의 창으로 옷을 입혔다”며 “색의 파편은 각종 디지털 문명과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고 상대방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색 조각들은 화면에서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현대인이 느끼는 존재와 부재, 실체와 허상의 사유를 관조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 나서는 듯하다. 미묘한 색의 감정은 같은 색을 찾아 흘러들어와 서로를 닮기도 하고, 서로 차이를 두며 디지털 시대 현대미술의 색다른 메타포를 만들어낸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디지털 통제에 익숙해지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고요. 이들의 메마른 감성을 색채처럼 적셔주는 게 제가 지향하는 시각예술의 세계입니다. 1990년대 한국의 지적 담론을 휩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등에 대한 지적 호기심도 작업의 바탕이 됐고요.” 현대인들의 몸부림의 흔적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적인 체험을 유발하고, 그게 소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씨의 이 같은 기발한 상상력이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궁금했다. 매일 아침 비발디의 ‘사계-봄’을 들으며 작업을 시작한다는 그는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뽑아낸다고 했다.
“음악은 그림을 그릴 때 심장과 세포를 설레게 합니다. 감각을 더 자극해 색채감을 극도로 끌어올려주기도 하고요. 그림에 매혹된 관람객들의 체험을 음악으로 표현한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즐겨 듣는 편입니다. 이탈리아의 메조소프라노 가수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풍부한 음성을 시각 예술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문의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색깔을 통해 디지털 시대 현대인들의 정신성을 구현하는 양씨가 31일부터 내달 11일까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 1층 한경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색깔의 창’이란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에는 작가의 최근 색면 작품 27점이 선보인다.
양씨는 구상화에서 판화, 섬유예술, 추상화까지 다양한 변화를 시도했으나 2008년 이후 색면 추상화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작품은 극도로 응축된 구도 속에 색이 배어 나오도록 수백 번 겹겹이 칠하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30년 가까이 몰두해온 작업 결과다.
초창기에는 다소 어두운 색조로 화면을 구성했지만 최근 들어 빨간색 파란색 노란색 등 밝고 선명한 색으로 가득찬 작품을 내놓고 있다. 잭슨 폴록과 마크 로스코 등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처럼 사물의 형태를 생략하고 간소화한 게 특징이다.
작은 화폭에 여러 가지 색이 빛을 조용히 뿜어낸다. 인물 풍경 도시경관 등을 사각의 색감으로 덮은 색면들은 현란하지만 장엄하다. 양씨는 “카오스에서 빛과 더불어 세상이 열리듯 세상을 색채의 창으로 옷을 입혔다”며 “색의 파편은 각종 디지털 문명과 스마트폰에 고개를 파묻고 상대방의 존재를 잊고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색 조각들은 화면에서 비움과 채움을 반복하며 현대인이 느끼는 존재와 부재, 실체와 허상의 사유를 관조하고 진정한 마음으로 통하는 길을 찾아 나서는 듯하다. 미묘한 색의 감정은 같은 색을 찾아 흘러들어와 서로를 닮기도 하고, 서로 차이를 두며 디지털 시대 현대미술의 색다른 메타포를 만들어낸다.
“현대인들은 다양한 디지털 통제에 익숙해지면서 서로에게 마음을 감추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각자의 생각을 드러내려 하지도 않고요. 이들의 메마른 감성을 색채처럼 적셔주는 게 제가 지향하는 시각예술의 세계입니다. 1990년대 한국의 지적 담론을 휩쓴 프랑스 철학자 미셸 푸코, 질 들뢰즈, 자크 데리다 등에 대한 지적 호기심도 작업의 바탕이 됐고요.” 현대인들의 몸부림의 흔적은 다른 누군가에게는 미적인 체험을 유발하고, 그게 소위 예술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양씨의 이 같은 기발한 상상력이 도대체 어디서 나올까 궁금했다. 매일 아침 비발디의 ‘사계-봄’을 들으며 작업을 시작한다는 그는 클래식 음악에서 영감을 뽑아낸다고 했다.
“음악은 그림을 그릴 때 심장과 세포를 설레게 합니다. 감각을 더 자극해 색채감을 극도로 끌어올려주기도 하고요. 그림에 매혹된 관람객들의 체험을 음악으로 표현한 러시아 작곡가 무소르그스키의 ‘전람회의 그림’을 즐겨 듣는 편입니다. 이탈리아의 메조소프라노 가수 체칠리아 바르톨리의 풍부한 음성을 시각 예술로 표현해 보고 싶습니다.” 문의 (02)360-4232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