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 이름 빼고 다 바꿨다
하이트진로가 대표 제품 ‘하이트’를 전면 리뉴얼하면서 4월 맥주전쟁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하이트진로는 맛과 알코올 도수, 상표 디자인 등을 모두 바꾼 ‘뉴하이트’(사진)를 다음달 3일 내놓는다고 30일 발표했다.

▶본지 3월10일자 A22면 참조

뉴하이트의 제품 콘셉트는 ‘부드러운 목넘김’이다.

쓴맛을 내는 홉은 줄이고 맥주 특유의 맛을 결정하는 몰트를 개선하는 등 제조공정과 배합 비율을 바꿨다.

알코올 도수는 기존 4.5도에서 4.3도로 조정했다. 경쟁사인 오비맥주의 대표 제품 ‘카스’보다도 0.2도 낮춘 것이다.

하이트진로는 저도주를 선호하는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해 지난달 말 소주 ‘참이슬’의 도수를 0.5도 낮춘 데 이어 맥주 도수까지 조정했다. 이를 통해 소주와 맥주를 섞어 마시는 ‘폭탄주’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청량감을 높이기 위해 전 공정의 온도를 0도 이하로 유지시키는 ‘빙점여과공법’도 적용했다.

BI(Brand Identity)와 상표 디자인도 대폭 바꿨다. 서체는 로마체를 사용해 클래식한 느낌을 강조했고, 상표에는 맥주 제조공정과 출시연도 등을 ‘인포그래픽’ 형식으로 담았다.

제품을 전면 리뉴얼했지만 가격은 종전 그대로다. 하이트의 출고가격은 1병(500mL)에 1079.62원으로 동일 규격의 카스(1081.99원)보다 2.37원 싸다.

뉴하이트는 하이트진로가 덴마크의 알렉시아, 독일의 바이엔슈테판, 일본의 기린, 태국의 분럿브루어리 등 해외 맥주업체들과 함께 출범시킨 월드비어얼라이언스(WBA)의 첫 연구 결과물이다.

하이트진로는 올해 초 WBA를 구축한 뒤 1월부터 독일의 맥주 전문 컨설팅 업체인 ‘한세 베버리지’와 공동 연구를 진행해왔다. 하이트진로가 승부수를 띄운 것은 오비맥주에 뒤지고 있는 점유율 격차를 줄이고 최근 맥주 시장 진출을 선언한 롯데주류를 견제하기 위해서다.

2010년 국내 맥주 시장의 55%를 차지했던 하이트진로는 2011년 오비맥주에 시장 1위를 내줬으며, 지금은 점유율이 40% 아래까지 떨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업사원들 사이에서는 서울 등 일부 지역의 점유율이 8 대 2까지 벌어졌다는 말도 나온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사장은 “국내 맥주 시장에서 본격적인 경쟁을 하기 위해 하이트라는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업그레이드했다”며 “단기간에 점유율을 예전 수준으로 회복하기는 힘들겠지만 올해를 반등의 원년으로 삼을 것”이라고 말했다.

강진규 기자 jos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