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있는 한국전력 본사의 지하 변전소(삼성변전소)가 부지 매각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오는 11월 전남 나주로 이전할 한전이 본사 부지를 내년 11월까지 팔아야 하지만 변전소 문제 처리도 간단치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삼성변전소는 1985년 한전 사옥 준공과 함께 지하 2층 깊이에 축구장 절반보다 조금 큰 3924㎡ 규모로 설치됐다. 한전 본사와 인근의 전철역, 병원, 주택 등은 여기서 공급하는 전기를 쓰고 있다. 변전소를 없애거나 이전하는 게 쉽지만은 않은 이유다.

하지만 본사 부지를 팔아야 하는 한전으로선 이 변전소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한전 부지(7만9342㎡)는 4년 전인 2010년 감정한 장부가가 2조73억원에 달해 공기업 부지 중 가장 비싸다. 시세는 이보다 두 배 이상의 가치가 있는 것으로 부동산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한전 부지는 마지막 남은 강남의 금싸라기 땅”이라며 “강남에 있으면서도 넓은 땅은 찾기 어렵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삼성전자와 현대자동차 등이 한전 부지 매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이 성사된 후 95%가 3종 일반주거지역으로 지정돼 있는 이 부지를 서울시가 용도 변경할 경우 50층 이상의 고층 빌딩이 들어설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지하주차장 설치는 필수이고, 길 건너 위치한 코엑스 지하와 연계 개발도 할 수 있다. 지하주차장을 만들기 위해선 지하 2층보다 더 깊은 곳으로 변전소를 옮겨야 한다.

코엑스 지하와 연계 개발하려면 아예 다른 곳에 이 변전소의 용량(154㎸)을 대체할 변전소를 만들어야 한다. 단 1초라도 전기 공급을 중단하면 안 돼서다. 지하를 더 파고들어가든, 대체 변전소를 마련하든 그 비용은 부지 매각대금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

한전 관계자는 “부지 매각방식이 정해지고, 부지 매입 희망자가 나타나면 변전소 처리 문제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후 기자 h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