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공공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해 추진 중인 ‘임대주택 리츠(부동산투자회사)’ 사업이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은행과 보험사, 증권사 등을 중심으로 당초 정부가 기대했던 수준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기관투자가들이 사업 참여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내 최대 기관투자가인 국민연금 등 막대한 자금을 굴리는 연기금들은 아직까지 사업 참여에 소극적이다.

○은행, 보험사 등 눈독

공공임대 사업에 은행·보험·증권사 '눈독'
3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 28일 국내 기관투자가들을 상대로 이 사업에 대한 참여 의사를 접수한 결과 10여개 이상의 은행, 보험, 증권사 등이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정부 관계자는 “당초 내부적으로 5~6개 기관만 참여해도 사업 추진이 가능하다고 봤는데 이보다 훨씬 많은 기관이 관심을 보였다”고 말했다. 이들 기관이 밝힌 투자금액도 정부가 당초 목표로 잡은 2조~3조원보다 두 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저금리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기관들이 관심을 보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부가 제시한 임대주택 리츠의 기대수익률은 연 5~6% 수준으로 현재 연 3% 안팎인 국고채 수익률보다 높다.

사업 참여 기관은 앞으로 더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이번주 중 일부 기관이 참여 여부를 최종 확정해 알려주기로 한 데다 정부가 연기금과 관련 미팅을 진행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의 공공임대주택 건설사업이 탄력을 받을 가능성이 커졌다. 임대주택 리츠는 정부가 지난 2월26일 발표한 ‘임대차시장 선진화 방안’ 중 임대주택 공급을 늘리기 위한 핵심 수단이다. 그동안 LH(한국토지주택공사)가 주도해온 공공임대주택 건설에 국민주택기금을 비롯해 연기금, 은행, 증권, 보험 등 기관투자가를 끌어들여 공공임대주택 건설을 대폭 늘리겠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정부는 이 사업을 활성화해 2017년까지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당초 계획인 4만가구보다 두 배 가까이 많은 최대 8만가구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공공임대주택은 임대기간이 10년이고 임대료가 주변 시세의 60~90%에 불과해 전·월세 가격 안정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정부는 기대하고 있다.

○국민연금은 막판 저울질

그러나 기대를 모았던 연기금의 의사 결정은 더디다. 특히 400조원이 넘는 자산을 굴리는 국민연금은 사업 참여 문제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아직 최종 결정을 내린 것은 아니지만 이 사업을 검토한 실무진은 “수익성이 낮다”며 사업 참여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국민연금 고위 관계자는 “주식이나 채권 외 자산에 투자하는 대체투자는 연 5~6%보다 수익률이 높아야 투자메리트가 있다는 게 내부 방침”이라고 말했다.

정부 정책에 대한 불신도 국민연금이 사업 참여를 꺼리는 이유다. 또 다른 국민연금 관계자는 “과거 정부가 최소수익보장(MRG) 계약을 한 사업을 해지하고 수익률을 재조정한 사례가 있지 않느냐”며 “투자기간(10년 이상) 중 정부 정책이 언제, 어떻게 바뀔지 모르는 상황에서 국민들의 노후 자산을 책임지는 국민연금이 섣불리 투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는 이와 관련, “투자 의사를 밝힌 기관이 많기 때문에 국민연금이 불참해도 사업 추진에는 전혀 문제가 없다”면서도 조만간 국민연금을 비롯한 연기금과 만나 사업 참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임대주택 리츠 사업은 일반 리츠에 비해 수익성이 낮지만 인허가 리스크가 거의 없고 임대 수익도 사실상 정부가 보장하기 때문에 투자 매력이 충분하다는 게 정부의 설득 논리다.

■ 임대주택 리츠

임대료가 주변 시세보다 낮은 임대주택 공급을 위해 정부가 추진 중인 신개념 부동산투자회사(리츠). 공공 임대주택을 지어 10년간 임대한 뒤 분양전환 등을 통해 수익을 내는 ‘공공 임대리츠’가 대표적이다. 임대기간이 5~10년인 준공공 임대주택 등을 건설·운영하는 ‘민간제안 임대리츠’도 있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