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대·中企 거쳐…10개월 봉급만 62억원…신종균의 샐러리맨 신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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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CEO '샐러리맨 신화'
등기임원 첫 연봉 공개
삼성의 '성과=보상' 결실
등기임원 첫 연봉 공개
삼성의 '성과=보상' 결실
상장회사 등기임원 연봉(5억원 이상)이 31일 전면 공개됐다. 대기업 총수 연봉 등에 세간의 관심이 쏠렸지만 열린 ‘판도라 상자’의 주인공은 단연 신종균 삼성전자 IM(IT·모바일)부문 대표이사 사장이다. 오너가 아닌 월급쟁이로 재벌 총수와 맞먹는 연봉을 받는 ‘샐러리맨의 신화’를 일궜기 때문이다.
공개된 연봉은 10개월치가 62억원. 액수는 같은 회사의 권오현 부회장(67억원)보다 적지만 신 사장의 경우 대표이사가 아니었던 작년 1, 2월 두 달치 월급이 포함되지 않은 걸 고려하면 권 부회장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신 사장은 화려한 사람이 아니다. 매일 비슷한 감색 양복을 입고 다닌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석·박사도 아니다. 인하공전을 다니다 편입해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다. 삼성전자가 첫 직장도 아니다. 에코전자 맥슨전자에 근무하다 경력사원으로 입사, 치열한 내부 경쟁과정을 거쳤다.
역경을 이겨낸 경력을 높이 평가해 삼성은 아이폰발 태풍이 몰아치던 2009년 그를 무선사업부 수장으로 뽑았다. 2009년 말 갤럭시S를 개발할 때 성탄절부터 신정까지 회사에서 먹고 자며 보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일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젊었을 때 72시간을 뜬눈으로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숨도 안 자고 72시간, 내가 그 정도로 독종이었다”고 답한다.
유학 경험이 없는 그는 2010년 갤럭시S 발표 땐 ‘된장발음’으로 ‘삼성엔 영어 잘하는 사람이 없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후 모든 영어 발표 자료를 외워버려 이제 그의 영어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다.
신 사장이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배경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도 한몫했다. 이런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삼성은 소니 노키아를 제쳤고, 애플을 극복했다.
스포츠스타, 연예인보다 많은 돈을 버는 월급쟁이 사장. ‘신종균 신화’가 늘어날수록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고, 경제도 발전할 것이다.
비메모리 주역 권오현 67억·글로벌 TV 휩쓴 윤부근 50억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샐러리맨 신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작년 10개월 동안 50억89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윤 사장 역시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울릉도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입시에 낙방해 울릉수산고를 다녔다. 고교 2학년 때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구로 간 그는 다시 입시에 도전해 고등학교를 5년이나 다녔다. 대학 입시 때는 의대에 가려 했지만, 다시 한 번 떨어지며 공대(한양대)에 진학했다.
울릉도 출신으로 시력이 좋았던 윤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TV 회로도를 그리다 안경을 썼다. 1990년대 초엔 ‘오지’인 인도네시아로 발령이 나 5년간 근무하며 동기 중 맨 마지막으로 승진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윤 사장이 승승장구한 건 본사에서 경영혁신 업무를 맡으면서다. 그는 평생 읽은 책보다 더 많은 책을 숙독하며 업무에 매달렸다. 덕분에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샐러리맨의 꿈인 별(임원)을 달았다. 개발 업무뿐 아니라 해외법인을 운영해본 그는 사업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TV 사업에 복귀한 그는 “이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고 외치며 2006년 포도주잔을 닮은 보르도 TV를 만들어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다. 35년간 1위였던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삼성 TV를 세계 1위에 올려 놓은 순간이었다. 윤 사장은 2011년 말부터 가전사업을 맡아 내년 세계 1위를 목표로 뛰고 있다.
지난해 연봉으로 67억7300만원을 받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부품 총괄)은 신 사장, 윤 사장과는 달리 모범생 스타일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71학번인 그는 KAIST 석사, 미 스탠퍼드대 박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뒤 1988년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권 부회장은 1992년 개발팀장을 맡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주역이다. 삼성이 처음으로 일본 업체를 제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이후 그는 불모지로 꼽히던 시스템반도체 부문으로 옮겨 상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머물며 지금의 시스템LSI 사업을 일궜다.
글로벌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들 삼총사가 받는 거액 연봉은 한편에선 부러움, 다른 쪽에선 질시의 대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보다 못한 해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연봉이 100억~200억원을 쉽게 넘어선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삼총사 연봉은 결코 과한 게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공개된 ‘2013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수는 9만5794명,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 평균 연봉이 6970만원이었던 데 비해 한 해 만에 3000만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따른 성과인센티브와 연말 신경영 특별상여금 등이 지급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
공개된 연봉은 10개월치가 62억원. 액수는 같은 회사의 권오현 부회장(67억원)보다 적지만 신 사장의 경우 대표이사가 아니었던 작년 1, 2월 두 달치 월급이 포함되지 않은 걸 고려하면 권 부회장보다 많은 것으로 추산된다.
신 사장은 화려한 사람이 아니다. 매일 비슷한 감색 양복을 입고 다닌다.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석·박사도 아니다. 인하공전을 다니다 편입해 광운대 전자공학과를 나온 엔지니어다. 삼성전자가 첫 직장도 아니다. 에코전자 맥슨전자에 근무하다 경력사원으로 입사, 치열한 내부 경쟁과정을 거쳤다.
역경을 이겨낸 경력을 높이 평가해 삼성은 아이폰발 태풍이 몰아치던 2009년 그를 무선사업부 수장으로 뽑았다. 2009년 말 갤럭시S를 개발할 때 성탄절부터 신정까지 회사에서 먹고 자며 보내는 진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어떻게 그렇게 일했느냐’는 질문에 그는 “젊었을 때 72시간을 뜬눈으로 제품을 개발하기도 했다. 한숨도 안 자고 72시간, 내가 그 정도로 독종이었다”고 답한다.
유학 경험이 없는 그는 2010년 갤럭시S 발표 땐 ‘된장발음’으로 ‘삼성엔 영어 잘하는 사람이 없느냐’는 비아냥을 듣기도 했다. 이후 모든 영어 발표 자료를 외워버려 이제 그의 영어에 시비를 거는 사람이 없다.
신 사장이 샐러리맨의 신화를 쓴 배경에는 이건희 삼성 회장의 ‘성과 있는 곳에 보상 있다’는 원칙도 한몫했다. 이런 성과주의를 바탕으로 삼성은 소니 노키아를 제쳤고, 애플을 극복했다.
스포츠스타, 연예인보다 많은 돈을 버는 월급쟁이 사장. ‘신종균 신화’가 늘어날수록 세계적인 기업이 탄생하고, 경제도 발전할 것이다.
비메모리 주역 권오현 67억·글로벌 TV 휩쓴 윤부근 50억
윤부근 소비자가전(CE)부문 대표이사 사장도 샐러리맨 신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작년 10개월 동안 50억8900만원의 보수를 받은 윤 사장 역시 인간 승리의 표본이다. 울릉도에서 태어난 그는 고교 입시에 낙방해 울릉수산고를 다녔다. 고교 2학년 때 “이래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무작정 대구로 간 그는 다시 입시에 도전해 고등학교를 5년이나 다녔다. 대학 입시 때는 의대에 가려 했지만, 다시 한 번 떨어지며 공대(한양대)에 진학했다.
울릉도 출신으로 시력이 좋았던 윤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TV 회로도를 그리다 안경을 썼다. 1990년대 초엔 ‘오지’인 인도네시아로 발령이 나 5년간 근무하며 동기 중 맨 마지막으로 승진하는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윤 사장이 승승장구한 건 본사에서 경영혁신 업무를 맡으면서다. 그는 평생 읽은 책보다 더 많은 책을 숙독하며 업무에 매달렸다. 덕분에 외환위기 때인 1999년 샐러리맨의 꿈인 별(임원)을 달았다. 개발 업무뿐 아니라 해외법인을 운영해본 그는 사업을 보는 눈이 탁월하다는 평가를 들었다.
TV 사업에 복귀한 그는 “이 세상에 안 되는 건 없다”고 외치며 2006년 포도주잔을 닮은 보르도 TV를 만들어 세계 TV시장을 석권했다. 35년간 1위였던 일본 소니를 제치고 삼성 TV를 세계 1위에 올려 놓은 순간이었다. 윤 사장은 2011년 말부터 가전사업을 맡아 내년 세계 1위를 목표로 뛰고 있다.
지난해 연봉으로 67억7300만원을 받은 권오현 대표이사 부회장(부품 총괄)은 신 사장, 윤 사장과는 달리 모범생 스타일이다. 서울대 전기공학과 71학번인 그는 KAIST 석사, 미 스탠퍼드대 박사 등 엘리트 코스를 밟은 뒤 1988년 연구원으로 입사했다. 권 부회장은 1992년 개발팀장을 맡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만들어낸 주역이다. 삼성이 처음으로 일본 업체를 제친 기념비적 사건이었다. 이후 그는 불모지로 꼽히던 시스템반도체 부문으로 옮겨 상무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때까지 머물며 지금의 시스템LSI 사업을 일궜다.
글로벌 전자산업을 선도하는 삼성전자를 이끌고 있는 이들 삼총사가 받는 거액 연봉은 한편에선 부러움, 다른 쪽에선 질시의 대상이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삼성전자보다 못한 해외 대기업의 최고경영자 연봉이 100억~200억원을 쉽게 넘어선다는 점에서, 재계에서는 삼성전자 대표이사 삼총사 연봉은 결코 과한 게 아니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편 삼성전자 직원의 평균 연봉이 처음으로 1억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공개된 ‘2013년 삼성전자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삼성전자 직원 수는 9만5794명, 지난해 1인당 평균 연봉은 1억200만원을 기록했다. 2012년 평균 연봉이 6970만원이었던 데 비해 한 해 만에 3000만원 이상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 실적을 낸 데 따른 성과인센티브와 연말 신경영 특별상여금 등이 지급된 덕분으로 풀이된다.
김현석/정인설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