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애플 '2조' 걸린 2차 특허전쟁 … 배심원 '텃세' 반복되나
[ 김민성 기자 ] '세기의 특허전쟁'으로 불리는 삼성전자-애플 간 특허침해 2차 손해배상소송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배심원단 확정으로 막을 올렸다. 1차 1심 재판부가 배심원 평결을 대부분 수용해 2차 선고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북부 연방지방법원의 루시 고 판사가 1차 이어 이번 재판도 맡았다. 그는 공판 첫날 남자 4명, 여자 6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 구성을 마쳤다.

고 재판장은 1심 때와 마찬가지로 배심원 후보로 선정된 지역 주민에게 공정·균형적 판단을 강조했다. 애플이나 삼성전자에 대한 선입견을 배제하고, 법정 증거만 가지고 판단을 내려달라는 것. 애플이나 삼성전자 등 특정 모바일 기기 보유 여부에 대해 서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당부했다.

아이폰 및 아이패드 등 애플 제품 사용자가 여전히 더 많았다. 삼성 TV나 2G 휴대전화를 써 본 경험은 꽤 많았다. 특허침해 대상 품목인 삼성 스마트폰 보유자는 적었다. 1차 손배액 재산정 판결 때도 배심원 8명(여자 6명, 남자 2명) 중 아이폰 사용자가 삼성 등 여타 사용자보다 많았다.

재판부는 이들이 삼성 TV 등을 두루 쓰기 때문에 선정에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1심 때도 총 34명 배심원 후보 중 선입견이 없는 이를 선발하기 위해 "애플과 삼성 특허전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느냐" "어떤 경로를 통해 정보를 접했느냐" 등의 심문을 벌인 바 있다.

1차 1심에선 삼성전자가 졌다. 고 판사는 애플의 특허 침해에 따른 손해 9억2900만 달러(1조 원)을 삼성전자가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삼성전자 스마트 기기의 미국 내 판매를 금지해달라는 애플 요청은 기각했다.

1차 소송은 손배액 재산정 재판까지 1년8개월이나 걸렸다. 1차 배심원단 판단 실수 탓이었다. 당초 1심 평결은 '삼성이 애플에 10억5000만 달러를 배상하라'였다. 하지만 재판부는 배심원단이 특허침해 내역을 과도하게 산정한 측면이 있다며 재산정 평결을 명령했다. 2차 소송에서 양측 변호인단과 재판부가 2차 배심원 선정에 신경을 더 쓸 수 밖에 없는 배경이다.

삼성-애플 '2조' 걸린 2차 특허전쟁 … 배심원 '텃세' 반복되나
1차 때 애플 변호인은 배심원단의 애국심에 호소하는 듯 진술을 이어가 논란이 일었다. 삼성전자 등 아시아계 기업이 미국 TV 제품을 표절해왔다는 식의 인종 차별적 발언도 나왔다. 삼성전자가 이의 제기와 함께 재판 무효를 신청했지만 고 판사는 기각했다. 다만 배심원에게 "개인적 선호 및 선입견 등에 영향을 받지 말아달라고"고 거듭 당부했다.

앞으로 2차 소송 배심원은 매주 월·화·금요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법정에 출석, 양측 변론을 청취한다. 삼성-애플 변론은 25시간 동안 계속된다. 배심원단은 모든 변론이 끝나면 평의를 열고 평결을 내린다. 이달 말이나 다음달 초 배심원 평결이 나오면 2차 소송 1심 선고도 수주 내 내려질 전망이다.

2차 소송은 1차보다 법리 싸움이 더 격화할 전망이다. 두 회사의 최신 제품군 특허침해가 쟁점이기 때문. 애플은 삼성전자의 글로벌 히트작인 갤럭시S3와 갤럭시노트2 등을 특허 침해 제품으로 지목했다. 삼성전자는 아이폰5 및 아이패드2, 아이패드 미니, 맥북 프로 등 애플 인기 라인업을 모두 소송전에 포함시켰다.

애플이 침해를 주장하는 5개 특허는 ▲ 밀어서 잠금 해제 ▲ 자동 완성 ▲ 화면을 두드려 전화 걸기 ▲ 통합 검색 ▲ 데이터 동기화 등이다. 특허 도용 혐의를 받고 있는 삼성전자 스마트폰에 대해서 대당 40 달러를 로열티로 지급하라고 요구할 방침이다. 글로벌 판매대수로 따지면 20억 달러, 우리돈 2조 원이 넘는다. 1차 1심 손배액의 2배에 달한다.

반면 삼성은 애플이 ▲ 디지털 화상 및 음성을 기록하고 재생하는 방법 ▲ 원격 화상 전송 시스템 등 2개 특허를 애플이 침해했다고 맞선다. 배상액 규모는 500만∼600만 달러로 예상된다. 구체적인 액수는 모두 진술에서 드러나게 된다.
한경닷컴 김민성 기자 mean@hankyung.com 트위터 @mean_Ra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