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포럼] 레고에서 독일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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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지난 2월 개봉한 영화 ‘레고 무비’는 한국에서 흥행이 부진했지만 미국과 유럽에선 꽤 인기를 끌었다. 영화에는 배트맨 슈퍼맨 원더우먼 등 20세기 영웅들이 레고로 조립돼 등장한다. 레고 아이돌의 결정판이다. 영화에 편승해 레고 판매도 늘고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도 올해 매출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다. 하지만 한국의 레고 판매는 고작 세계 매출의 2% 남짓이다. 세계 판매액은 지난해 47억달러(약 5조원)에 이른다. 특히 최근 수년 동안 레고 매출이 순풍을 타고 있다.
부품끼리 서로 끼워 맞추는 레고의 브릭특허가 나온 지 58년 만이다. 레고는 그동안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 나갔다. 단순히 조립하고 쌓기만 하는 브릭만이 아니다. 톱니바퀴나 기어만 수십 가지다. 모터와 센서등도 용도와 색상에 따라 골고루 갖춰져 있다. 만들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레고 테크닉은 부품만 수백 종이다.
레고와 놀며 조립능력 길러
레고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독일이다. 매출은 미국이 높지만 1인당 매출은 단연 독일이 1위다. 독일의 웬만한 도시 중심부에는 넓은 레고 매장이 항상 눈에 띈다. 특히 레고테크닉이나 레고시티 등 까다롭고 난해한 제품이 많이 팔린다. 청장년층도 주고객이다. 어릴 때부터 부품을 조립하고 연결하며 쌓아가는 것을 배운 독일인들이다. 무한의 공간을 늘리고 채워가는 데서 흥미를 느끼는 게 사회 분위기다. 마이스터들이 존경받고 대졸자가 제조업 취업을 선망하는 나라다. 독일인의 입체적 사고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금 독일의 레고세대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각종 산업에서 불고 있는 모듈화 작업에서다. 부품과 부품을 결합해 복합부품을 만들고 부품끼리 호환할 수 있도록 기능을 표준화하는 작업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선구자 폭스바겐은 자동차의 차체뿐 아니라 엔진이나 에어컨까지 모든 분야를 모듈화한다. 소형과 고급 차종의 설계를 기본적으로 같게 만든다. 부품들의 조합만 바꾸면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어서다. 레고 블록을 쌓고 조립하는 것과 똑같다.
IT와 제조업 융합서도 경쟁력
부품을 표준화하는 데에서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빛을 발한다. 물론 생산성은 비할 데 없이 높다. 일본 도요타에 비해 세 배나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듈화는 더욱 효율적이다. 나라마다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모듈화 바람은 전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이다. 공작기계나 전자제품 모두 모듈화가 진행 중이다. 독일 SAP는 업무 단위를 모듈화하는 기업형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특수 업무도 레고처럼 그 분야 특성만 담은 블록만 만들면 쓸 수 있게 됐다. 서비스 산업과 인력 관리도 바뀐다. 무엇보다 3차원(3D) 프린터나 자동운전차처럼 정보기술(IT)과 제조업의 모듈화 경쟁이 치열하다. 이 경쟁에서 당연히 독일 기업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짐 스나베 SAP 최고경영자(CEO)는 IT업계의 향방은 레고 블록에서 나온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독일 TV 방송에선 장인들이 나와 기술을 소개하고 레고 쌓기 게임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막장 드라마만 판치는 한국의 TV 방송을 독일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
부품끼리 서로 끼워 맞추는 레고의 브릭특허가 나온 지 58년 만이다. 레고는 그동안 계속 진화하고 발전해 나갔다. 단순히 조립하고 쌓기만 하는 브릭만이 아니다. 톱니바퀴나 기어만 수십 가지다. 모터와 센서등도 용도와 색상에 따라 골고루 갖춰져 있다. 만들기 까다로운 것으로 유명한 레고 테크닉은 부품만 수백 종이다.
레고와 놀며 조립능력 길러
레고가 가장 많이 팔리는 나라는 독일이다. 매출은 미국이 높지만 1인당 매출은 단연 독일이 1위다. 독일의 웬만한 도시 중심부에는 넓은 레고 매장이 항상 눈에 띈다. 특히 레고테크닉이나 레고시티 등 까다롭고 난해한 제품이 많이 팔린다. 청장년층도 주고객이다. 어릴 때부터 부품을 조립하고 연결하며 쌓아가는 것을 배운 독일인들이다. 무한의 공간을 늘리고 채워가는 데서 흥미를 느끼는 게 사회 분위기다. 마이스터들이 존경받고 대졸자가 제조업 취업을 선망하는 나라다. 독일인의 입체적 사고가 뛰어나다는 평을 받는 데는 이유가 있어 보인다.
지금 독일의 레고세대가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각종 산업에서 불고 있는 모듈화 작업에서다. 부품과 부품을 결합해 복합부품을 만들고 부품끼리 호환할 수 있도록 기능을 표준화하는 작업에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다. 선구자 폭스바겐은 자동차의 차체뿐 아니라 엔진이나 에어컨까지 모든 분야를 모듈화한다. 소형과 고급 차종의 설계를 기본적으로 같게 만든다. 부품들의 조합만 바꾸면 다양한 차종을 만들 수 있어서다. 레고 블록을 쌓고 조립하는 것과 똑같다.
IT와 제조업 융합서도 경쟁력
부품을 표준화하는 데에서 히든 챔피언 기업들이 빛을 발한다. 물론 생산성은 비할 데 없이 높다. 일본 도요타에 비해 세 배나 높다는 보고서도 있다. 무엇보다 복잡한 고객과 시장의 요구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모듈화는 더욱 효율적이다. 나라마다 차별화된 제품을 내놓을 수 있다.
모듈화 바람은 전 산업에 걸쳐 전방위적이다. 공작기계나 전자제품 모두 모듈화가 진행 중이다. 독일 SAP는 업무 단위를 모듈화하는 기업형 소프트웨어를 내놓았다. 특수 업무도 레고처럼 그 분야 특성만 담은 블록만 만들면 쓸 수 있게 됐다. 서비스 산업과 인력 관리도 바뀐다. 무엇보다 3차원(3D) 프린터나 자동운전차처럼 정보기술(IT)과 제조업의 모듈화 경쟁이 치열하다. 이 경쟁에서 당연히 독일 기업이 유리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짐 스나베 SAP 최고경영자(CEO)는 IT업계의 향방은 레고 블록에서 나온다고 말하기까지 한다.
독일 TV 방송에선 장인들이 나와 기술을 소개하고 레고 쌓기 게임을 벌이는 프로그램이 인기다. 막장 드라마만 판치는 한국의 TV 방송을 독일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궁금하다.
오춘호 논설위원·공학博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