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강제성은 없다"는 환경부 규제
“국산차에만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지난달 28일 기자는 환경부 교통환경과에 전화를 했다. ‘국산 디젤차에만 엄격한 배기가스 기준을 적용한다’는 제보를 받고서다.

환경부가 국산 디젤차만 차별한다는 국내 자동차 업계의 주장은 나름 설득력이 있었다. 국내 판매되는 디젤 신차는 출시 인증을 받으려면 환경부가 정한 배출가스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 질소산화물이 영상 20~30도에서 0.18g/㎞ 이하(8인승 이하 승용차 기준)가 나오는지를 제조사가 자체 테스트한 서류를 환경부에 제출하면 환경부가 대기환경보전법 기준에 맞는지 검토한 뒤 인증서를 발급하는 형태다.

그런데 환경부는 2012년 하반기부터 영하 7도에서 영상 35도 사이에서도 기준을 통과해야 한다고 규정을 수정했다. 문제는 세계 어느 나라도 시행하지 않는 이 조항을 국산차에만 적용했다는 데 있었다. 이에 대해 환경부 담당자는 지난달 28일 “차별은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같은 날 국내에서 디젤차를 파는 독일차 업체들에 물어보니 “저온이나 고온에서 배출가스를 시험한 결과를 제출한 적이 없다”고 답했다. 이런 정황을 담아 본지는 지난달 31일자 A19면에 ‘국산 디젤車만 받는 이상한 규제’라는 제목의 기사를 실었다.

기사가 나가자 환경부는 입장을 바꿨다. “국산차와 수입차를 차별한 적이 없다”던 환경부는 지난달 31일 참고자료를 통해 “국내 디젤차의 질소산화물을 엄격하게 관리하고 있는데 이를 유럽 기준 등에 맞춰 개선하겠다”고 한발 물러섰다.

신속하게 개선 방침을 밝힌 점은 평가할 만하다. 그러나 구구한 변명을 빠뜨리지 않은 점은 여전히 유감이었다. 환경부는 “디젤차 질소산화물 규제를 자발적 권고사항으로 운영했을 뿐 강제한 적은 없었다”고 했다. 그렇다면 국내 차업계에 “기준치를 초과하면 다음에 다른 차 인증을 받을 때 피해를 본다”는 인식이 도대체 어떻게 생겼단 말인가.

기자가 다시 확인을 요청하자 환경부 담당 공무원은 “강제성 없는 조항”이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러면서 “역차별 받는다고 처음 얘기한 업체가 어디죠”라고 따져 물었다. 규제를 없애려면 공무원들의 태도가 먼저 바뀌어야 할 것 같다.

정인설 산업부 기자 surisu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