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들이 원자재사업에서 손을 떼고 있다. 미국 금융당국이 원자재 관련 비즈니스 규제를 강화한 데다 원자재 가격 하락으로 수익 전망이 불투명해졌기 때문이다.

대형 투자銀, 원자재 사업과 작별…JP모간·도이체방크 등 잇단 철수
3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글로벌 10대 IB의 원자재 관련 수익은 2008년 141억달러(약 14조9000억원)에서 지난해 45억달러(약 4조8000억원)로 급감했다. 세계 5대 원자재 거래은행이던 도이체방크는 최근 대부분의 원자재사업을 접었다. UBS와 RBS, 바클레이즈도 마찬가지다. 모건스탠리와 JP모간은 올 들어 각각 러시아와 스위스 회사에 원자재사업 부문을 매각했다.

월가 IB들은 한때 원유 등 원자재 거래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트레이딩은 물론 실물 원자재 보관 및 수송사업에도 진출했다. 모건스탠리는 뉴욕항의 최대 정유 수송업체로 이름을 날렸고, 도이체방크는 3만대의 점보 제트여객기를 만들 수 있을 만큼의 알루미늄을 보유했다. JP모간은 세계 최대 사탕수수 생산국인 브라질의 설탕을 전 세계에 실어날랐다.

그러나 최근 2~3년 새 상황이 달라졌다. 우선 ‘볼커룰’ 도입 등 금융 당국의 규제가 강화됐다. 또 IB들은 2015년까지 국제결제은행(BIS)이 제시한 레버리지비율(총자산 대비 자본금 비율)을 3%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수익성이 나빠진 사업에 마냥 투자할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해 석탄(-22%), 니켈(-19%), 알루미늄(-13%)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은 급락했다. 컨설팅업체 올리버와이먼의 롤랜드 헤츠스타이너 상품담당은 “IB의 원자재사업 이탈 추세는 한동안 계속될 것”이라며 “비톨 등 원자재 전문 중개업체들은 경쟁자가 사라지면서 반사이익을 누릴 전망”이라고 말했다.

김보라 기자 destinyb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