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일본 도쿄의 이이다바시 지하철역. 17년 만에 소비세가 오른 첫날, 역사 정기권 판매 창구는 한산했다. 전날 저녁 이곳에는 소비세 인상 전에 정기 승차권을 구입하기 위해 사람들이 50m 넘게 줄을 서 있었다. 이날 0시를 기해 일본 전역에 있는 24시간 편의점, 주유소 등은 소비세율 인상분만큼 가격을 올렸다. 택시 기본요금도 710엔에서 730엔으로 올랐다.

소비세 인상 하루 전인 3월 31일(위)과 4월 1일(아래)의 일본 도쿄 이이다바시 전철역 매표창구 모습. 서정환 특파원
소비세 인상 하루 전인 3월 31일(위)과 4월 1일(아래)의 일본 도쿄 이이다바시 전철역 매표창구 모습. 서정환 특파원
다이이치생명연구소는 이번에 소비세가 5%에서 8%로 오르면서 연수입 500만~550만엔의 4인 가구 기준 연간 부담액이 7만1000엔(약 73만원) 늘어나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 국민이 지게 되는 부담은 연간 8조엔(약 82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증세 자금은 고령화로 인해 늘어나는 연금·의료 등 사회복지비용을 충당하는 데 쓰인다. 올해 늘어나는 세수 5조엔 중 2조9000억엔은 기초연금 국고 부담에, 1조3000억엔은 사회보장비 보전, 5000억엔은 육아 지원에 배분될 예정이다.

돌고 돌아 국민 주머니로 들어올 것이지만 당장 가계는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4~5월 소비절벽에 따른 경기침체를 우려하기도 한다.

일본경제연구센터는 4~6월 국내총생산(GDP) 실질증가율이 -4.1%(전기 대비 연율)로 떨어진 후 7~9월 2.2%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날 발표된 대기업 제조업 업황판단지수(DI) 전망치도 8로 떨어지며 기준선을 크게 밑돌았다. 이는 3개월 후 경기가 좋을 것이라는 응답비율에서 나쁠 것이라는 응답 비율을 뺀 것으로, 18이 기준선이다.

기업은 증세 후 위축된 소비심리를 살리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일본 최대 할인점인 이온은 약 2만개 품목의 가격 인하에 돌입했다. 세금 포함 가격을 인상 전과 맞춰주기 위한 것이다.

소고기덮밥 체인인 스키야는 전국 1985개 점포에서 규동 가격을 세금을 포함해 280엔에서 270엔으로 내렸다. 품질로 승부를 거는 기업도 있다. 기린은 이치방맥주의 홉을 10% 이상 더 첨가했고, 아사히맥주는 향을 강화했다.

일본 정부는 소비 위축에 따른 경기침체를 막기 위해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고 5조5000억엔의 경기부양책을 실시하기로 했다.

아베 신조 총리는 이날 국무회의에서 “향후 경제 상황을 주시하고 기동적인 재정 운영을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소 다로 부총리 겸 재무상도 소비세 인상에 따른 충격 감소 대책과 관련, “앞으로 수개월이 중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