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 "오늘도 희망을 쏜다"
1일 새벽 5시43분, 바깥은 아직 어둠이 가시지 않았다. 서울 지하철 4호선 사당역을 지나가는 첫 번째 열차가 멈춰 섰다. 이른 시간이지만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승객들이 많다. 고개를 푹 숙이고 꾸벅꾸벅 조는 승객들의 모습에서 삶의 고단함이 느껴진다.

사당역 지하철 가판대는 아침 6시가 채 되기 전에 문을 연다. 지하철 역사 내 편의점도 문을 열지 않은 이른 시간이다. 주인은 매일같이 지하철 첫 차를 타고 출근해서 새벽 손님들을 위해 가판대를 열고 있다.

새벽 손님은 주로 건설업 일용직 노동자들과 건물 청소부들이다. 주인 K씨는 그들을 '부지런한 사람들'이라며 이들의 하루를 열어 주는 것도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아쉬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어슴푸레하던 하늘이 밝아지며 남대문시장의 아침도 시작됐다. 한 집 건너 한 집은 이미 영업을 개시했고 나머지 가게들도 문을 열 준비에 한창이었다. 시장 상인들은 이웃 가게와 안부 인사를 나누며 오늘도 손님으로 북적거리기를 기원했다. 이른 시간이었지만 부지런한 손님들은 비닐봉지와 커다란 가방을 들고 시장 골목을 누볐다. 몇몇 상가는 밤이 새도록 잠들지 않고 영업한다.

남대문 시장 골목 한쪽에 위치한 식당가는 이들을 위한 아침 준비에 한창이었다. 그릇을 얹은 커다란 쟁반을 아슬아슬하게 머리에 이고, 좁다란 시장 골목을 능숙하게 누비는 아주머니들의 뒷모습이 아슬아슬했다.

2000천 원짜리 토스트를 주문했다. 계란을 두툼하게 부쳐 노릇한 빵 사이에 넣어주며 자리를 내주었다. 주인은 인근 노숙자들의 끼니를 걱정하며 그들을 위한 따뜻한 식사를 준비했다. 봄 날씨보다 더 푸근한 시장 인심이 느껴졌다.
서울의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 "오늘도 희망을 쏜다"
이날 아침 찾은 노량진 고시촌은 치열했다. 오전 6시30분, 지하철 1호선이 정차하자 역 건물에서 커다란 책가방을 매고 트레이닝복 바지 차림을 한 수험생들이 우르르 쏟아져 나왔다. 얼굴에는 피곤한 기색이 가득했다. 한 손엔 책을 들고 시선을 책에 고정한 채 종종걸음을 치고 있었다. 이른 시간 서두르는 이유를 묻자 "빨리 가야 좋은 자리에 앉을 수 있다"고 답했다.

노량진에는 이들의 아침을 따뜻하게 만들어주는 사람들도 있다. 인근 식당과 노점상은 노량진의 아침을 위해 새벽부터 문을 연다. 노량진 고시촌 수험생들과 택시기사, 수산시장 상인들이 주 고객이다.

꼬깃꼬깃한 천원짜리 지폐 세 장을 건네자 그릇 가득 컵밥을 담아준다. 오늘도 열심히 하라는 덕담도 잊지 않는다. 새벽 4시부터 장사를 준비했다는 한 노점상 상인은 "공부하느라 고생하는 학생들에게 아침을 먹여줄 수 있어 좋다" 며 "이 밥을 먹고 다들 잘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새벽은 흔히 '희망'에 비유된다. 서울의 새벽을 밝히는 사람들은 오늘도 희망의 등을 밝히고 있다.
한경닷컴 오수연 인턴기자(숙명여대 법학 4년) suyon91@paran.com